[방산비리 대책] ‘방사감독관’ 신설 한다는데… 방사청장 휘하에 감독관 제대로 된 감사 가능할까

입력 2015-10-29 23:02 수정 2015-10-30 00:22
오균 국무조정실 1차장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방위사업청 조직 혁신 등 방산비리 방지대책을 취재진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방위사업청장 직속으로 방위사업감독관 직위를 신설하는 내용의 ‘방위사업 비리 근절을 위한 우선 대책’을 발표했다. 방사청 내부 감사 역량을 높이고 인적자원 및 무기중개상에 대한 관리 강화 방침도 밝혔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전문인력, 허술한 저가 입찰 방식, 군·업체의 유착 사슬 등 근본 문제는 소홀히 한 채 곁가지만 건드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의 대규모 방위사업 비리 수사 결과에 앞서 군 주도의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방사청에 사실상 ‘전권’을 준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방위사업감독관(국장급)에게 모든 방위사업에 대한 실시간 감사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 등 외부 인사가 영입될 전망이다. 이번 대책은 미 국방부의 국방계약감사기구(DCAA)를 참고했다. DCAA는 방위사업의 협상 단계부터 참여해 사전 예방 감사를 실시한다. 방위사업감독관은 DCAA의 기능에 법무실의 기능을 더한 시스템이다. 문제는 이러한 계획을 운용할 만한 권한도, 지원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DCAA는 직원 4933명 중 24%가 회계사 등 전문가다. 국방부 장관이 직접 기관장을 임명하는 독립된 지위가 보장된다. 반면 방위사업감독관은 방사청장 휘하여서 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하다. 오균 국무1차장은 “조직 내부에 있어야 사업에 대한 실시간 감사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거 공공기관의 외부 영입 감사가 기관과의 갈등으로 축출되거나 이로 인한 사업 지연 사례가 잦았던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는 업무 범위를 규정하는 시행령 등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정도만으로 국장급 인사가 지휘체계를 무시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방사청은 2013년부터 2년간 자체 감사를 120여회나 하고도 단 한 건도 고발·수사의뢰를 하지 못한 상태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분야인 만큼 고도의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제대로 된 감사를 하겠다면 통수권 차원의 감사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모 역시 70명으로 출범한다는 계획만 있을 뿐 관련기관 협의가 남아있어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는 감사2담당관을 신설하고 현재 12명뿐인 감사 인력도 보강키로 했다. 퇴직자의 직무 관련 업체 취업 제한 기간도 퇴직 후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국내 무기중개상, 해외 업체 대리점의 등록·수수료 신고도 법제화하고, 위법행위 적발 시 처벌규정도 신설했다.

국방부 자문위원인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검찰과 감사원이 발표한 비리에 대한 분석과 반성은 없고, 이에 대한 처벌 규정도 크게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검찰 수사 후 ‘종합 대책’을 다시 내놓을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