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집단 감염 원인 화학물질일 수도… 환자 모두 31명으로 늘어

입력 2015-10-29 21:49
건국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질환에 걸린 환자가 31명으로 늘었다. 보건 당국은 세균·바이러스성 병원체뿐 아니라 ‘화학물질’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당국은 이 건물을 드나든 교수·학생·직원 등 850명과 지난 25일 이 건물에서 SK그룹 입사시험을 치른 수험생 약 500명에 대해서도 이상 증상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화학물질에 의한 감염?=질병관리본부는 29일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 건물에서 발열 등 호흡기 증상을 보여 신고된 사례가 전날 21명에서 31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31명 가운데 23명은 국립중앙의료원 등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증상이 경미한 8명은 자택격리 중이다. 환자 가운데 위중한 사람은 없고, 교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 당국은 전날부터 무려 15가지 세균·바이러스성 감염병 가능성을 조사했다. 하지만 검사에서 유전자 및 항체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일부에서 제기한 ‘큐열’이나 ‘브루셀라’일 가능성은 낮아졌다.

당국은 화학물질이나 다른 환경적 요인에 의한 감염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건물과 관련된 공통적 요인에 의한 집단 발병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감염성 병원체에 의한 집단 발병뿐 아니라 환경적 요인 및 화학물질 등의 관련 가능성을 포함해 다각도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화학물질이 감염원일 수 있다고 봤다. 문경환 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가 화학물질이 폐를 손상시킨 사례”라며 “실험실은 화학물질을 많이 쓰는 장소이고, 잘 모르는 화학물질에 의한 감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학물질이 감염원이라면 사람 사이의 감염과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낮아진다.

앞서 보건 당국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을 비롯해 마이코플라즈마, 클라미디아, 백일해, 디프테리아, 아데노바이러스, RS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메타뉴모바이러스, 보카바이러스,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을 의심했지만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다. 브루셀라와 큐열, 레지오넬라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으나 항체가 형성됐는지 알아보기 위한 검사를 계속 진행 중이다.

◇감염 건물서 500명 SK 입사시험=집단 발병이 일어난 동물생명과학대 건물에서는 지난 25일 약 500명이 SK그룹 입사시험을 치렀다. 감염 의심기간(8∼28일)에 이 건물이 외부에 개방된 것은 25일이 유일하다. SK그룹은 이들에게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전화 109)로 연락하라고 개별 공지했다.

건국대는 이날 모든 단과대학에 안내문을 붙이고 의심기간에 동물생명과학대를 방문한 학부생과 대학원생, 교수, 직원 가운데 열이 37.5도 이상 오른 경우 질병관리센터로 연락하도록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대한의사협회와 병원협회에 각 병원이 호흡기 및 발열 환자를 진료할 때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 방문 이력을 확인토록 요청했다.권기석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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