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소해함에 탑재되는 기뢰제거 장비를 보증서도 작성하지 않고 고가에 구매키로 계약했다 뒤늦게 해지하는 바람에 5576만 달러(637억여원)를 떼일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 2∼4월 해군전력 증강사업 추진 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29일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방사청은 2010년 12월 미국 A사로부터 4490만 달러를 주고 음향이나 자기장을 이용해 기뢰를 제거하는 복합식 소해장비 구매 계약을 맺었다. 또 2011년 5월 같은 업체에 2538만 달러를 계약금으로 지급하고 줄을 끊어 기뢰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뒤 제거하는 기계식 소해장비 구매 계약도 체결했다.
A사는 자체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소해장비를 제작할 능력조차 없는데도 허위 ‘제작사 증명서’를 방사청에 제출한 뒤 다른 업체에서 만들어진 장비를 납품했다. 특히 기계식 소해장비는 방사청이 가격 적정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아 정상가보다 1038만 달러나 더 주고 구매했다. 납품받은 장비의 주요 부품은 성능 기준에 미달됐고, 제조사 및 제작국도 알 수 없는 부품도 있었지만 방사청은 이를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
방사청은 2010년 12월 미국 B사와 바닷속 물체를 탐지하는 장비인 가변심도음파탐지기 계약을 5490만 달러에 체결했지만 이 장비 역시 ‘전투용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결국 방사청은 A·B사와 계약을 해지했지만 미리 지급한 7253만 달러 중 5576만 달러에 대해 보증서를 쓰지 않아 이 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태다. 두 회사는 2010년 매출액이 각각 441만8000달러와 544만9000달러에 불과한 영세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장에게 담당 직원 1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3명에 대해선 비위 내용을 통보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소해함의 전력화 시기는 최소 3년 이상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밖에 함정의 방위, 거리 등 항법정보를 항공기에 제공하는 장비인 전술항공항법장비의 구매 계약도 성능 파악을 위한 시험성적서를 미리 확인하지 않는 등 부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방산비리 대책] 어이없는 방사청… 계약 미보증으로 637억원 떼일 판
입력 2015-10-29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