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진영의 전면전으로 비화된 국정 역사 교과서 논쟁이 온갖 교육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학생·학부모의 이익과 직결된 사안들이 ‘역사 전쟁’에 묻혀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정치권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려운 ‘소모적 논쟁’을 촉발해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공립유치원 정원 축소, 대학 구조개혁 등 ‘실종’=국정 교과서 때문에 실종된 교육 이슈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다양하다. 공립유치원 정원 축소 논란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공립유치원 정원을 줄이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신도시 등 인구가 유입되는 지역의 공립유치원 정원이 초등학교 정원의 4분의 1에서 8분의 1로 반토막 난다.
공립유치원을 선호하는 대다수 유치원 학부모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이 반대 운동을 펴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대학구조개혁은 ‘정원감축’ ‘학과개편’ 등으로 고등교육의 지형이 변하는 사안이지만 대학사회 내에서만 논의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이 지난 23일 정부안을 담아 발의한 ‘대학구조개혁법’은 공중에 뜬 상태다. 정부는 원활한 대학구조개혁을 위해 법안의 연내 처리를 바라지만 국정화 논쟁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다.
여기에다 정부와 시·도교육청들이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을 떠넘기면서 ‘보육 대란’ 우려가 높지만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없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보름도 남지 않았지만 교육부가 거듭되는 출제 오류를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지 점검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는 것 없는 ‘악질 갈등’ 언제 끝나나=이념 싸움이 교실 안으로 넘어오는 건 시간문제다. 역사전쟁은 이제 겨우 서막이 열렸을 뿐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음 달 5일에 국정화 확정고시가 이뤄지면 갈등은 한층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집필진 공개 여부, 집필진의 이념 성향 등을 놓고 격돌이 불가피하다. 진보성향 교육감들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대안 교과서를 놓고 교육부와 정면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교육부는 전교조의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사들을 무더기로 징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교원 징계권을 가진 교육감들이 거부하면 법적 다툼이 불가피하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회로 돌아간다면 후임 사회부총리 인사 청문회에서 교육계가 출렁일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을 거쳐 국정 교과서 개발이 끝나는 내년 말까지 ‘대결의 무대’가 첩첩이 놓여 있다.
이도경 전수민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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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9 2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