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덩어리’로 지목된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최대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지원키로 했다. 채권단은 유동성 지원과 회사 자구노력, 구조조정으로 2019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저유가에 따른 업황 부진에다 국민 혈세로 지원하는 국책은행 주도의 구조조정 부담 등으로 경영정상화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란 평가다.
◇실사 결과 천문학적 손실 드러나=산업은행은 29일 서울 여의도 별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책은행인 산은과 수은이 각각 2조6000억원, 1조6000억원을 분담하는 등 총 4조2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 자금은 다음달 초 경영정상화 협약이 체결되면 순차적으로 지원될 예정이다. 자금지원 규모는 이 회사의 올 1∼9월 누적 영업적자(4조3003억원)와 맞먹는다.
정용석 산은 기업구조조정본부장은 “산은이 현금유상증자 2조원으로 유동성을 확충하는 방안, 출자전환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자본 확충이 이뤄지면 2016년 말 부채비율이 현재 4000% 수준에서 500% 이하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 수은, 무역보험공사는 신규 선수금환급보증(조선업체가 부도 날 경우에 대비해 조선사가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겠다는 보증)의 90%를 3분의 1씩 공급하고, 시중은행들도 기존 거래를 유지할 방침이다.
산은은 또 지난 7월부터 진행해 온 실사 결과를 근거로 향후 최대 3조원의 잠재 손실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평가했다. 정 본부장은 “해양플랜트 추가 공정이 지연되고 선박 건조과정에서 늘어난 비용을 선주사로부터 보전받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어 선박 건조 관련 추가 손실 2조원이 예상된다”며 “조선업과 무관한 해운 자회사 등에 진출하다 실패한 데 따른 손실 1조원도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의 올해 총 영업손실은 5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은 경영정상화 방안과 함께 자산매각과 비용절감으로 총 1조8500억원을 마련한다. 부동산 등 본업과 관계없는 비핵심 자산을 전량 매각해 7500억원을 조달하고, 향후 3년간 인력 구조조정 및 지연배상금 축소 등으로 1조1000억원 이상의 손익 개선을 이뤄낸다는 게 채권단의 계획이다. 임원 임금(기본급 기준 최고경영자 20%, 부사장 및 전무 15%, 상무 10%)을 반납하고, 부장급 이상 직원 300명 권고사직, 임금피크제 강화 등도 방안에 포함됐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피할 수 있나=산은이 대규모 자금지원을 결정한 배경은 두 가지다. 우선 대우조선해양이 수주 기준 세계 1위 조선사로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선 위주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자금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대우조선해양의 파산이 조선업계뿐 아니라 국내 경제와 채권단의 건전성에 미치는 파급력을 감안해 충분한 자금지원과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도 포함됐다. 산은은 경영정상화 방안이 이행되면 대우조선해양이 내년부터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저유가와 경기 침체로 조선업황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지원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책임을 지고 있는 국책은행의 부담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우조선해양뿐 아니라 다른 조선사들도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조선업계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의 대규모 유동성 지원, 회사 자체의 자구노력 계획 발표에도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다. NH투자증권 유재훈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은 올 수주액이 43억5000만 달러로 수주 목표(130억 달러) 대비 33.5%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저유가 상황이 길어지며 수주 부진이 이어져 의미 있는 실적 회복까지는 상당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대우조선, 순항? 침몰?… 산업·수출입은행 4조2000억 지원 경영 정상화될까
입력 2015-10-29 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