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1년 방문객 수=코엑스 주말 이용자… 봉은사역명, 코엑스로 바꿔야”

입력 2015-10-29 22:05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왼쪽 세 번째)가 29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마루카페에서 열린 ‘봉은사역 무엇이 문제인가’ 심포지엄에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를 잘 나타내는 역명은 봉은사역이 아니라 코엑스역”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삼성제일교회연구소(소장 윤성원 목사)는 29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마루카페에서 ‘봉은사역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역명을 ‘코엑스역’으로 바꿀 것을 촉구했다. 발제자들은 서울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명 제정 과정에서 나타난 역사·문화·종교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상식선에서 역명을 다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는 “시민 입장에서 봉은사역의 문제는 코엑스, 삼성동이라는 지상 명칭과 봉은사라는 지하 명칭이 다르기 때문에 큰 혼동을 준다는 것”이라며 “박 시장은 서울시청을 서울시민청으로 이름붙일 정도로 시민을 위한다고 했지만 코엑스 바로 옆에 건립된 역은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시민의 편의성과 공익성을 무시한 채 사찰 이름을 붙였다”고 질타했다.

박 교수는 “봉은사 1년 방문객을 모두 합해봐야 코엑스 주말 이용자의 수밖에 안 된다”면서 “시민 편의는 물론 서울시 역명제정원칙을 보더라도 코엑스가 역명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역명을 정하는 데 역사와 문화를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봉은사는 불국사처럼 공개적으로 자랑할 만한 역사성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일제강점기 일제의 식민통치에 동조하는 심전개발운동이라는 운동이 전개됐는데, 봉은사는 그 중심부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엑스야말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결정적 계기였던 G20 정상회의가 열렸던 상징적인 곳”이라며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역사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역명이 봉은사인지, 코엑스인지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봉은사 미래위원장 출신인 박 시장은 2011년 불교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 신앙이 공적 영역에 작용하거나 종교편향성을 낳는다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모든 종교의 비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면서 “박 시장이 정말 미래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다종교 상황에서 사회갈등을 유발시키기보다 화합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상호 코엑스역명추진위원장은 “현재 강남구청에 역명 재개정 요청서를 제출했으며, 감사원 공익감사청구와 행정소송 등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역명이 바뀔 때까지 이 운동은 계속된다. 박 시장은 지금이라도 역명을 코엑스로 바꾸라”고 촉구했다.

고영일 변호사(법률사무소 가을햇살)는 “봉은사역명이 서울시 역명제정기준에 맞지 않고 제정 과정에서 여론조사가 조작되는 등 절차상의 하자가 많아 법적으로 충분히 다툴 만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