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공방-국정화 TF 경찰 신고 녹취록] 野 “비밀탄로 두려워해”-與 “내부 사람들 패닉”

입력 2015-10-29 22:29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가운데)이 29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간사인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붙잡으며 의사진행 발언을 만류하고 있다. 왼쪽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교육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태스크포스(TF)’가 지난 25일 경찰에 급박하게 출동을 요청한 녹취록이 29일 보도되자(국민일보 29일자 1·3면 참조), 교육부는 “정부 문서가 부당하게 탈취당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과 절박감에 경찰에 다급하게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TF 관계자가 신고 당시 “동원 안 하면 나중에 문책당해요”라고 말한 것 등 핵심 의혹에 대해선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부연도 적지 않다. 여야는 29일 경찰 녹취록을 두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면서 공방을 벌였다.

◇교육부, 해명 없거나 앞뒤 안 맞거나=교육부는 경찰 녹취록에 대해 장문의 해명자료를 냈다. 하지만 녹취록에 나오는 중요한 대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TF 관계자가 경찰에게 “이거 털리면 큰일 난다” “이거 동원 안 하면 나중에 문책당해요”라고 말했지만, 교육부는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은 것이다. 특히 ‘문책’을 언급한 대목은 전후 맥락을 보면 경찰에게 하는 ‘경고’로도 해석될 여지가 많다. 하지만 이 자료에는 교육부 소속 관계자가 무슨 권한, 어떤 취지로 경찰에게 ‘문책’을 언급했는지 전혀 설명이 없다. 교육부는 TF 관계자들이 7차 신고까지 신분조차 밝히지 않다가 8차 신고에서야 “정부 일(을) 한다” “교육부 작업실”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해명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해명자료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다수의 사람들이 갑자기 들이닥쳤다”고 밝혔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세 차례나 사용했다. 그러나 녹취록에는 TF 관계자들이 4차 신고에서 “기자와 국회의원이 들어왔다”고 분명하게 특정했다.

교육부는 “이들은 직원들에게 위협감을 조성했다” “정부 문서가 부당하게 탈취당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 것도 미흡하다는 평가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과 기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위협감’ ‘탈취’ 등의 표현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TF 관계자들이 갑자기 사무실 불을 끄고, 문을 걸어 잠근 점, 사무실 주변에서 수천장의 문서가 파쇄된 정황이 드러난 점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일절 설명하지 않았다.

◇“범죄영화 한 장면” VS “큰 불안과 패닉”=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교육부와 청와대는 ‘털리면 큰일 난다’라는 범죄영화의 한 장면 같은 대사가 왜 나온 것인지 해명해야 한다”며 “공개되면 안 되는 ‘비밀스러운 작업’이 탄로 날 것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신의진 대변인은 “일하는 사무실에 수십명의 사람이 예고 없이 몰려와 문을 열라고 하면 그 자체로 당황하기 마련”이라며 “거기다 강제로 침입하려고까지 했다면 안에 있던 사람들은 큰 불안과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논란은 계속됐다. 새정치연합 박범계 의원은 “뭘 감추기 위해서 ‘털리면 큰일 난다’고 했느냐”며 “공무원이 큰일 나는 건 하나밖에 없다.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에 대해 “황급한 상황에서 ‘털린다’는 말을 한 건 그만큼 위협받았다는 것을 상징한다”며 “공무원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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