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일(對日) 외교 해법은 이른바 ‘투트랙 접근법’이다. 다음달 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대화법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엔 단호하게 임하되 기타 한·일 간 안보·경제·문화 협력 및 교류에 대해선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점은 단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법에 맞춰져 있다. 때문에 회담이 화기애애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번 회담 한 번으로는 오랫동안 경색됐던 양국 관계의 극적 반전을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명실상부한 한·일 관계 정상화보다는 3년6개월간 지속됐던 양국 정상 간 ‘외교공백’ 상태를 해소하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일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 박 대통령은 우선 최대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해 아베 총리에게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강조할 예정이다. 정부 차원의 책임 있고 성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29일 “위안부 문제는 그동안 한·일 관계 개선을 가로막은 최대 현안”이라며 “박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강력한 톤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이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올해 새로운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려면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 올바르게 정리돼야 한다는 점도 언급할 계획이다.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짚고 넘어갈 부분은 반드시 짚어야 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위안부 문제 협의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은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위안부 동원에 대한 일본의 국가 책임 인정, 이에 따른 사죄와 배상 등을 원하는 한국과 이를 바라보는 일본 정부의 시각 자체가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해결책은 도의적인 범위에서나 가능하며, 이것마저도 현재 일본 내부 여론이나 아베 총리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쉽게 끌어내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에게 양보의 자세는 없다”는 일본 정부 고위 관료의 발언을 전했다.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특히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2박3일 간 공식 방문을 하면서 박 대통령과 만찬까지 할 예정이지만 아베 총리는 실무방문으로 오찬도 하지 않는 등 방문 내용에 큰 차이가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출발점이자 주변국 외교의 정상화 정도로만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이번 회담은 3년 이상 줄곧 냉각기만 가져온 한·일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하는 탐색전으로 봐야 한다”며 “우리 외교의 공백 상태를 해소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의미를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남혁상 이종선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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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9 2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