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년 만에 40대 美 하원의장 ‘위기의 공화당 구할까’… 45세 폴 라이언 의장 선출

입력 2015-10-29 21:16 수정 2015-10-30 00:24
28일(현지시간) 미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원이 미국의 26대 하원의장으로 지명된 뒤 워싱턴DC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위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0대 기수’ 폴 라이언(45) 하원 의원이 미국의 새 하원의장을 맡는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28일(현지시간) 의원총회를 열고 비공개 투표를 통해 라이언 의원을 하원의장 후보로 확정했다. 라이언 의원은 29일 하원 전체회의에서 의장으로 선출됐다. 미 하원의장은 대통령과 부통령의 유고시 대통령 권한을 승계하는 권력서열 3위 자리다.

라이언 의원은 하원의장 후보 수락연설 일성으로 “이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라이언 의원은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장을 열 것이고 다른 모습의 하원을 보게 될 것”이라며 “공화당이 이제는 다시 비전을 되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라이언 의원은 어릴 적 극심한 가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16세 때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숨진 뒤 사회보장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학창 시절 알츠하이머를 앓는 할머니를 돌보고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한 라이언 의원은 1988년 오하이오주 마이애미대학에 입학해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집안이 가난해 대학 내내 웨이터와 피트니스 트레이너 등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비를 마련했다.

1998년 28세의 젊은 나이에 처음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에 맞선 대응 연설을 통해 ‘오바마 저격수’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면서 공화당의 샛별로 부상했다.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인 라이언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밋 롬니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면서 일약 전국구 스타이자 공화당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현재 막강한 권한의 하원 세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미 의회 내 최고의 예산·재정통으로 알려져 있다. 2011∼2014년 하원 예산위원장 시절 고령화에 따른 재정적자 심화를 이유로 연금·복지예산 축소를 강력히 주장해 백악관·민주당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당시 공화당의 하원 장악을 배경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제출한 예산안 초안을 거의 폐기하고 ‘라이언 예산안’을 만들었다는 평을 들었다.

2000년 부인 자나와 결혼해 세 자녀를 둔 라이언 의원은 주중에는 워싱턴DC에 머물고 주말에는 빠짐없이 제인스빌의 자택으로 돌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낼 정도로 가정적인 인물이다. 그는 당 지도부의 하원의장 출마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하지도 않겠다”는 전제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라이언 의원은 존 베이너 현 하원의장을 축출하는 데 앞장선 당내 강경세력 ‘프리덤코커스’와 중도 성향의 튜즈데이 그룹, 보수성향의 공화당연구위원회 등 3개 핵심 정파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아 베이너 의장의 후임을 맡게 됐다.

라이언 의원이 하원의장을 맡으면서 124년 만에 40대 하원의장이 탄생하게 됐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찰스 프레더릭 크리스프는 1891년 만 46세에 하원의장에 선출됐었다. 1839년 30세 나이로 하원의장에 당선된 로버트 헌터 이후 최연소 하원의장 기록이기도 하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