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할매할배의 날

입력 2015-10-29 18:12

공자는 “뗏목이라도 타고 동이의 나라(조선)에 가서 예의를 배우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아널드 토인비는 “한국문화가 세계 인류 문명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효(孝) 사상”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효를 바탕으로 한 예의지국(禮義之國)이었음을 국제사회가 공인한 발언이라 하겠다. 지금도 그런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을까. 우리 국민 대부분은 “아니요”라고 답하지 않을까 싶다. 시도 때도 없이 존속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노인 자살이 끊이지 않는 나라에서 어떻게 예와 효를 말할 수 있겠는가.

유교문화 전통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경상북도가 예와 효 회복에 발 벗고 나섰다. ‘할매할배의 날’ 확산을 통해서다. 할매와 할배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가리키는 방언이다. 경북도는 지난해 10월 할매할배의 날을 제정하고 조례까지 만들었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을 할매할배의 날로 정해 손자 손녀가 부모와 함께 조부모를 찾아뵙도록 장려해 왔으며, 31일이면 꼭 1년이 된다. 경북도는 차제에 할매할배의 날을 전국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행정자치부에 ‘조부모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을 요청했다. 1년간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핵가족 시대를 사는 성장기 손주들에게 고향의 조부모를 자주 찾아뵙도록 권장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요즘 아이들은 학업이 바쁘다는 핑계로 명절이 아니면 조부모 집을 좀체 방문하지 않는다. 조부모의 빈곤과 질병은 부모가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고독 해소는 손주들이 관심을 기울이면 도움이 된다. 할매할배의 날을 제대로 지킬 경우 밥상머리 교육을 통한 아이들 인성교육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정기적으로 3대가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고 상상해보라. 가족공동체 회복과 사회 정화는 시간문제다. 손자 손녀들이여, 할머니 할아버지께 당장 달려가기 어렵다면 전화라도 한번씩 하자꾸나.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