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군! 빅보이… 이대호, 소프트뱅크 입단 후 첫 우승

입력 2015-10-29 20:53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이대호가 28일 도쿄 메이지진구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일본시리즈 4차전 3회초 무사 만루에서 싹쓸이 2루타를 치고 있다. 이대호는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4타점을 올리며 소프트뱅크의 6대 4 승리를 이끌었다. 연합뉴스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4번 타자 ‘빅보이’ 이대호는 한국에서 늘 우승에 배고팠다. 한국 최고의 거포로 호쾌한 타격을 자랑했지만 고향 팀 롯데 자이언츠에서 우승의 한을 끝내 풀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바다 건너 일본에서 우승의 축배를 들었던 이대호가 올해는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설 기세다.

이대호는 2001년 롯데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전인미답의 타격 7관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개인 타이틀은 수도 없이 휩쓸었지만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팀 전력이 그의 실력을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팀이 꼴찌를 맴돌던 2000년대 초중반 팬들은 롯데의 타선을 ‘이대호와 여덟 난쟁이’로 부를 정도였다. 2011년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게 최고의 성적이었다. 그해 말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 입단한 이대호는 기자회견에서 “우승을 위해 왔다”고 말할 정도로 우승에 대한 갈망이 강했다.

하지만 일본 진출 첫해인 2012년 퍼시픽리그 타점왕을 차지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지만 오릭스에서 활동한 2년 동안 또다시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결국 이대호는 지난해 소프트뱅크로 둥지를 옮긴 뒤 프로 데뷔 후 13년 만에 꿈에 그리던 우승반지를 꼈다. 이대호는 지난해 일본시리즈에서 18타수 6안타(0.333) 1홈런 4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대호는 우승 직후 “정말 우승하고 싶어서 강한 팀인 소프트뱅크를 택했다”며 “그동안 단 한 번도 못했던 우승을 하니 정말 속이 후련하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올 시즌에도 이대호는 가을야구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일본시리즈 1차전에선 4번 타자로 출전해 4타수 3안타를 휘둘러 팀의 4대 2 승리에 힘을 보탰다. 2차전에선 4회 0-0 상황에서 통렬한 결승 투런포를 작렬했다. 3차전에선 5회 몸에 맞는 볼을 맞고 교체됐다.

통증이 아직 남았지만 이대호는 28일 4차전에서 선발 출전을 강행했고 4번 타자의 위용을 과시했다. 이대호는 4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을 올리며 팀의 6대 4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1∼4차전에서 타율 0.538(13타수 7안타) 1홈런 6타점이라는 발군의 실력을 자랑했다. 이런 이대호의 활약에 일본 현지도 들썩이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대호에게 최고의 찬사인 ‘쇼군(將軍)’ 칭호를 붙여주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