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공감할 기독교적 성찰 화폭에 담자”… 기독교미술인협회 창립 50주년

입력 2015-10-29 21:35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연 ‘한국 현대기독교미술 50년 심포지엄’에서 기독교 미술의 ‘보편’과 ‘공감’이 강조됐다.

한정희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는 29일 서울 광진구 장신대 국제회의실에서 연 심포지엄에서 “기독교 미술은 토속성을 드러내는 것에서 벗어나 인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독교적 성찰과 영성을 담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아시아의 현대 기독교 미술: 인도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라는 발제에서 아시아 기독교미술을 소개했다. 그가 소개한 주요 작품은 각국의 풍습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도 자미니 로이(1887∼1972)가 그린 ‘십자가에 달림’(그림 ①)에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와 두 강도가 있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모두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있다. 합장은 힌두교 풍습에 따른 인사법이다. 인도는 힌두교(80%)와 이슬람교(13%) 문화가 지배적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 수립 후 기독교 문화가 억압됐다. 마오쩌둥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던 허치(1950∼)는 1988년 하나님을 만나 기독교 미술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그린 ‘가나의 혼인잔치’(그림 ②)는 붉은색 장식이 가득한 잔칫집에 붉은 혼례복 차림의 신부가 보인다. 허치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을 자주 사용한다. 한 교수는 “자국의 인물과 풍물 속에서 기독교 그림을 그리는 것이 20세기 기독교 미술의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한다.

일본은 기독교 인구가 1%도 되지 않지만 뛰어난 미술 작가가 다수 배출됐다. 하야시 다케지로(1871∼1941)는 대표작 ‘아침의 기도’(그림 ③)에서 이른 아침, 원탁에 둘러앉아 기도하는 한 가족의 진지하고도 소박한 모습을 그렸다. 한 교수는 “아시아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기독교 미술은 다작(多作)이지만 수작(秀作)이 드물다”며 “세계적인 작가들이 수준 높은 기독교 미술 작품을 남기도록 기독교 미술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독교 미술의 보편성을 강조한 것이다.

기독교 미술의 발전을 위해 교회의 관심과 공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는 “기독교 미술이 교회나 크리스천에게서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목회자와 성도들이 예술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영역으로 인식하고 깊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준석 미술비평연구소장은 “작가가 하나님을 진심으로 찾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외 김진명 장신대 교수, 이석우 경희대 명예교수, 김이순 홍익대 교수가 발제했다. 교계 관계자 120여명이 참석해 기독교 미술의 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