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투수 놀음이라면 배구는 세터 놀음이다. 강팀에는 항상 우수한 세터가 있었다. 삼성화재 전성시절에는 최태웅, 유광우가 있었고 지난 시즌 우승팀 OK저축은행은 떠오르는 스타 이민규가 팀을 지휘했다. 일반 팬들은 강타를 퍼붓는 공격수에 열광하지만 전문가들은 세터에 주목한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4개 팀이 1순위로 세터를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항공을 제외하고 용병들이 모두 바뀐 이번 시즌 남자부는 세터들의 변화에도 주목할 만하다. 대한항공은 주전세터 한선수가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했다. 현대캐피탈은 2년차 노재욱이 주전을 꿰찼다. 우리카드는 방출됐던 이승현을 다시 불러 팀을 재편했다.
우리카드는 이승현의 활약에 전혀 다른 팀이 됐다. 김상우 감독은 초반 3연패 뒤 김광국 세터 대신 이승현을 내보내 공격을 조율하게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선두를 달리던 대한항공과 OK저축은행을 연파했고, 삼성화재와도 풀세트 접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다. 지난 시즌 꼴찌팀이 세터 한명 바뀌면서 강팀으로 돌변한 것이다.
우리캐피탈 창단 멤버로 2009년 프로배구에 뛰어든 이승현은 다음 시즌 세터와 리베로를 전전한 뒤 2012년 방출됐다. 2013년 상무 세터로 힘을 키운 그는 제대 후 다시 테스트를 거쳐 우리카드에 입단, 뒤늦게 빛을 발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노재욱은 세터 출신 최태웅 감독이 내세우는 ‘스피드 배구’의 핵심 선수다. 한 박자 빠른 현란한 토스를 앞세워 팀의 초반 상승 분위기(4승1패)를 이끌고 있다. 2011-2012시즌부터 4년 연속 세터상을 수상한 유광우는 새 용병 그로저와 호흡을 맞추며 ‘명가 재현’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배구 승패는 세터 하기 나름!
입력 2015-10-29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