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U-17 월드컵] 일어나 승우야 내일이 있잖아… ‘최진철호’ 벨기에에 져 8강 무산

입력 2015-10-29 20:50
‘최진철호’의 공격수 이승우가 29일(한국시간) 칠레 라 세레나의 라포르타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16강전에서 0대 2로 패한 뒤 그라운드에 엎드린 채 울먹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최진철 감독의 품에 안겨 그라운드를 떠나는 모습. 연합뉴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리틀 태극전사들은 힘없이 주저앉았다. 표정은 일그러졌다. 페널티킥을 실축한 이승우(FC 바르셀로나)는 그라운드에 머리를 파묻어 버렸다.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2승1무를 기록하며 조 1위로 오른 16강 무대. ‘최진철호’는 유럽의 리틀 ‘붉은 악마’를 맞아 사력을 다했지만 결과는 0대 2 패배였다. 한국은 16강전을 끝으로 아쉽게 대회를 마감하게 됐다. 하지만 빈손으로 돌아선 대회는 아니었다.

◇유럽의 ‘붉은 악마’에 휘둘린 90분=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칠레 라 세레나의 라포르타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전반 11분 요른 반캄프에게 결승골을 내준 데 이어 후반 22분 마티아스 베레트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0-2로 뒤져 있던 후반 26분 페널티킥을 놓친 것이 무엇보다 아쉬웠다. 벨기에 중앙수비수 로랑 르무안이 페널티지역에서 오세훈(현대고)을 잡아채 퇴장 당했고 한국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하지만 키커로 나선 이승우가 실축하며 추격의 기회를 놓쳤다.

‘최진철호’는 기본기와 체력, 속도에서 벨기에를 따라잡지 못했다. 중요한 순간 골을 터뜨리는 해결사도 보이지 않았다. 조별리그에서 맹위를 떨쳤던 압박 수비도 실종됐다. 또 벨기에의 탄탄한 수비에 막혀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고 패스 실수가 자주 나와 위협적인 공격을 퍼붓지도 못했다. 반면 벨기에는 뒷문을 단단히 잠근 채 역습으로 골을 노렸다. 공격수에게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날렸으며 패스를 받은 공격수는 재빨리 골문으로 쇄도해 간결하면서도 위협적인 슈팅으로 골을 뽑아냈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후 라커룸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주장 이상민은(현대고)은 “4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오랜 기간 함께 이 순간을 위해 준비했지만 이루지 못하고 16강에서 탈락해 다들 너무나 아쉬워했다”고 대표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축구 희망을 봤다=‘최진철호’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FIFA 주관 대회 사상 최초로 브라질을 꺾는 쾌거를 이뤘다. 2차전에서 ‘아프리카 복병’ 기니도 1대 0으로 격파하며 사상 처음 조별리그 2연승을 거뒀다. 그러면서 두 경기 만에 16강을 확정지었다. 잉글랜드와의 3차전에서는 0대 0으로 비기며 무실점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FIFA 주관 대회에서 한국이 조 1위에 오른 적은 있지만 무실점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었다. 조별리그 2승1무(승점 7)는 2002 한·일월드컵 조별리그와 함께 한국 남녀축구를 통틀어 최고의 성적이다.

아울러 ‘한국 축구의 미래’인 U-17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값진 경험을 했다. ‘깜짝 스타’들의 등장도 반갑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장재원(현대고)은 브라질전에서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다 후반 34분에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키 185㎝의 장신 스트라이커 오세훈(현대고)은 기니전에서 후반 45분 교체 투입돼 강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결승골을 폭발시키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최진철호’는 16강에 그쳤지만 놀라운 투혼과 열정으로 한국 축구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국민들은 어린 선수들의 눈물에서 패배가 아니라 내일의 영광을 봤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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