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회는 어느 때보다 진지한 마음으로 종교개혁의 뜻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개혁은 뭔가를 바꾼다는 뜻입니다. 바꾸는 일은 변화이며 변화는 옛날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는 일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혁은 고난을 동반한 도전이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확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개혁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기득권을 가지고 큰 어려움 없이 살 수 있었지만 그는 미래에 대한 도전을 꿈꾸며 갈 바를 알지 못한 채 미지의 땅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습니다. 오직 믿음만으로 내디딘 그의 발걸음은 이미 하나님 손에 모든 것을 맡긴 삶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말씀에는 포도원 두 아들의 비유가 나옵니다. 주님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사람은 아버지의 말에 순종하지 않았던 첫째 아들이 아니라 회개하고 순종하였던 둘째 아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일찍부터 주님을 믿은 성도들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포도원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농부들에게 ‘카르포스’, 즉 열매 맺기를 원하셨습니다. 포도원 농부의 비유는 하나님이 신실하신 분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떤 한 집주인이 포도원을 만들었습니다. 울타리도 두르고 포도즙을 짤 수 있는 틀도 만들고 망대도 짓고 나서 농부들에게 세를 주고 타국에 갔습니다. 포도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모든 인프라를 완벽하게 제공해주었던 겁니다. 그리고는 농부들에게 농사에 관해 전권까지 맡기며 세를 주었습니다.
세를 준 목적은 열매를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포도원 주인으로서 그는 농부들을 신뢰했습니다. 농부들은 주인에게 임의로 선택받은 덕분에 그곳에서 일할 수 있었음에도 주인의 정당한 기대와는 달리 어리석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농부들은 ‘반카르포스’로 응답하였습니다. 농부들은 주인의 종들을 돌로 쳐서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열매는커녕 주인에 대한 신뢰마저 저버린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추수감사 계절을 맞습니다. 추수는 열매 즉, 카르포스입니다. 열매는 말씀을 따라 행하는 믿음을 뜻합니다. 모든 열매는 다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설익은 열매는 맛도 없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농부는 모든 열매를 알맞은 때에 거두어야 하는데 그 시기는 농부들이 아니라 하나님이 정하신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교회들도 하나님이 정하신 때를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풍성한 열매를 준비해야 합니다. 봄에 씨 뿌리는 자는 한 개의 열매만을 바라고 뿌리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믿음으로 더 풍성한 인생을 살기를 원하십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회 역사는 더 새로워져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교회는 하나님의 동역자요 하나님의 밭이며 포도원의 농부들로 부름 받은 사람들입니다. 열매는 어디 있느냐고 물으시는 주인의 음성을 생각하며 풍성한 카르포스를 맺어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복음의 가족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한영복 목사 (기독교한국루터회 부총회장)
[오늘의 설교] 그 열매는 어디 있느냐
입력 2015-10-29 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