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첫 단독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관계 정상화의 최대 관건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의지를 직접 제기한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왔던 대로 양국 간 과거사 치유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압박한다는 의미다.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현안은 물론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다. 청와대도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비롯한 양국 현안”이라고 밝혀 이 문제가 회담의 핵심 의제임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했던 아베 총리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누누이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로의 발전을 위해 다방면에서 협력해야 하지만 진정한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책임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해 왔다.
박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3·1절 기념사, 광복절 경축사 등 대일(對日) 메시지를 발신할 때마다 중요하게 반영됐다. 박 대통령은 제70주년 기념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에도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조속히 합당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이 문제를 적시했다. 앞서 3·1절에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를 회복시켜드릴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일본이 용기 있고 진솔하게 역사적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문제는 취임 후 처음으로 방한하는 아베 총리의 스탠스다. 현재로선 양국 정부가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두 정상의 시각에도 큰 차이가 난다. 박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선 일본 정부 차원의 책임 있고 성의 있는 조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일본 정부의 책임 여부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한·일 외교 당국 간 국장급 협의에서도 양국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문제와 어떤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재정 지원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양측이 의견 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또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아베 총리의 사죄나 사과 등 역사인식과 관련한 언급도 관심거리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직후 취재진에게 “박근혜 대통령과 그런 과제를 포함해 솔직하게 의견 교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한·중·일 3국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3국과 국제사회에 의미 있는 회합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2013년 2월 취임한 박 대통령이나 2012년 12월 정권을 잡은 아베 총리에게 모두 첫 양자회담이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성과 없는 회담’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가 두 정상의 단독 오찬을 강하게 요구한 일본 정부의 끈질긴 주문을 거절한 것도 이번 회담 성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28일 브리핑에서 “두 정상 간 오찬은 없다”면서도 “두 정상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양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별도 합의문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공동 기자회견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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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8 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