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청년실업, 노동시장 유연하게 바꾸면 해소될 것”

입력 2015-10-29 21:57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이 26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청년일자리 해결,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남북 경제협력 필요성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중소기업중앙회장은 340만 중기·소상공인을 대변한다. 중기중앙회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과 함께 경제 5단체로 분류된다. 경제단체 중 유일하게 회장은 선거로 선출되며, 부총리급 의전과 예우를 받는다. '중기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회장의 역량과 리더십이 요구되는 자리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 회장실에서 박성택(58) 회장을 만났다.

-취임 후 반년이 지났다. 소신과 각오는 무엇인가.

“지난 50년간 한국경제는 대기업 중심의 압축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대기업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도 한계에 도달했다. 평소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반드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청년일자리 문제, 대·중소기업 간 수직적 상하구조 해결, 대기업 중심의 자원배분 왜곡문제 시정, 중소기업 인식 개선, 사회공헌 확산 등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산업별 맞춤형 정책기능 강화와 협동조합 기능 활성화, 그리고 청년일자리 창출과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

-청년실업 문제가 요즘 가장 큰 이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중소기업이 청년 1명씩을 더 뽑는 ‘청년 1+채용 운동’을 제안했는데.

“압축성장의 결과물로 전체 국민을 놓고 보면 청년층, 경제계에서는 중소기업이 피해자가 됐다. 우리사회가 경제적으로 시장이 선순환 안 되다 보니까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중소기업도 어려운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의 가장 핵심은 우리 사회가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대기업들은 시장 생산성에 관계없이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에 (임금을) 7∼10%씩 계속 올려줬다. 해고도 안 되고 시장이 왜곡되니까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대기업이 100이면 중소기업은 60 정도를 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격차는 계속 벌어져 왔다. 그 현상으로 중소기업만 힘든 게 아니고 고용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중소기업) 노동자들도 피해를 입었다. 이런 시장의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얼마 보조해준다’는 식으로는 청년실업 해결이 안 된다. 100명 대졸자 중에 95명은 중소기업, 5명은 대기업에 가야 하는데 정책은 후자에 맞춰져 있으니 문제인 것이다.”

-최근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조사 대상 57%의 기업은 지난 5년간 동반 성장에 대한 체감도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현 정부 동반성장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아직까지 동반성장의 온기가 중소기업계 전체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동반성장이 곧 우리나라 산업경쟁력 강화와 장기적인 차원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돌파구임을 인식하고 정책과 제도적 측면에서 양극화 해소와 균형발전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법적 구속력도 없고 그것마저도 없앴으면 하는 게 대기업들 생각이다. 우리 산업의 경우 자생적으로 소기업이 가내수공업 하다가 제조업 하고, 중소기업 하다가 대기업으로 가는 산업화 과정을 거치는 선순환 구조였다면 지금 이런 동반성장 이야기도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우리의 산업화 과정은 1960, 70년대 정부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집중 지원하면서 진행됐다.

이런 대기업들은 2, 3세대에 걸쳐서 상속되고 관련 식구들이 2배수, 하나씩 내려올 때마다 늘어나면서 사업 영역이 자꾸 넓어졌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관련 업종을 침해해 왔다.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없어진 뒤 심화됐다. 동반성장하자는 건데, 어떻게 잘 하자는 거냐. 일본은 창업 1세대에서 2세대로 내려갈 때 1개 영역만 더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시장에 영향 안 준다. 대기업의 경우 브랜드와 돈이 있는데, 중소기업이 당할 수 있느냐. (동반성장은) 법적으로 해줘야지 ‘둘이 만나서 이야기 잘 해봐’가 무슨 공생인가.”

-현재 우리나라 대·중소기업 간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또 바람직한 대·중소기업 모델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고착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유는 수직적 산업구조, 중소기업의 자체 경쟁력 저하, 그리고 대기업의 고용 경직성 등을 들 수 있다.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나 중소기업의 대기업 전속화가 심화되면서 중소기업이 설 자리를 잃고 있으며 납품단가 후려치기, 대기업 근로자 임금 협력 중소기업에 전가 등으로 적정이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중소기업 동반자적 협력을 통해 신규 가치창출이 가능한 새로운 동반성장 모델이 필요하다.”

-향후 중점 사업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꼽았는데, 추진 계획은.

“국내 내수경제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중국·러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을 우리의 내수시장으로 확대해야 한다.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저임금의 노동력을 활용해 대륙 진출 비즈니스 지도를 연결하면 중국·러시아를 내수시장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2·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어 더 많은 중소기업이 북한 진출을 통해 대륙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통일경제 실현을 앞당길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해 나갈 것이다. 아직은 5·24조치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남북 간 화해구도가 형성되면 그때 빨리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임기 내 꼭 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사회가 공론화를 통해 잘못된 시장주의를 제대로 돌려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가도록 하는 것이다. 고용도 88%가 중소기업에서 이뤄지니 자연스럽게 고용문제도 해결된다. 둘째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다. 중소기업이라고 정부에서 지원받아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제조업의 경우 구매, 생산, 판매, 연구·개발(R&D) 사업 분야까지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는 중앙회 자산을 좀 늘려놔야겠다. 사회적 신용과 공인기관으로서 신뢰를 올려놓으면 중앙회 자체의 자산이 올라간다.”

오종석 산업부장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