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7012’ 국민일보 기자 교도소 일일체험] 콘크리트 벽 냉기에 ‘덜덜’… 2시간 만에 가슴 ‘답답’

입력 2015-10-28 21:54
국민일보 나성원 기자(뒷줄 왼쪽 네 번째) 등 수용자 체험에 나선 기자들이 26일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에서 청록색 수용복을 입고 수감생활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 법무부 제공
12.01㎡(3.6평) 수용실에서 4명이 식탁에 둘러앉아 돼지고기볶음, 깻잎, 된장국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법무부 제공
오후 5시쯤 점호가 시작돼 수용실 안에서 줄을 맞춰 앉아 있다. 법무부 제공
“일렬로 서시고, 휴대전화부터 전원 끄고 주세요.”

26일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로 이송된 기자는 가장 먼저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 청록색 수용복으로 갈아입고 신체검사를 받았다. 교도관은 “카메라 달린 안경 아니죠”라고 물으며 몸을 수색했다. 갖고 있던 돈은 영치금 처리됐고, 사복은 초록색 주머니에 담겨졌다.

가슴 왼쪽에 ‘7012’, 오른쪽에 ‘3중4’가 적힌 하얀색 명찰을 달았다. 명찰은 곧 신분과 소속이다. 사형수는 빨간색, 강력범은 노란색, 마약범은 파란색, 일반범은 흰색이다. ‘7012’는 개인식별번호, ‘3중4’는 3동 중간층 4번방 소속이라는 뜻이다. 총 3층인 교도소는 상·중·하 층으로 나뉜다. 이름표를 들고 키 측정자 옆에서 수용기록부 사진을 촬영했다. 인권침해 지적에 요즘은 사진에 이름이 나오지 않도록 배꼽 높이로 이름표를 든다.

1945년 10월 28일, 우리나라가 광복 후 교정행정을 넘겨받은 지 70년이 됐다. 법무부는 교정의 날 70주년을 맞아 26일 기자들의 교도소 일일체험을 진행했다. 입소부터 퇴소까지 절차를 꼬박 하루 동안 압축해 체험했다. 교정시설 수준이나 수용자 권리는 눈에 띄게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도소가 군대보다 낫다’는 말까지 있다. 정말 그럴까.



승용차 1대 주차면적만큼의 자유

신입용 기본물품(모포 2개, 세면도구, 수건, 그릇 3개, 플라스틱 숟가락, 수저)을 받고 수용실로 이동했다. 이동시엔 우측보행이다. 주머니에 손을 넣자 “손을 빼라”는 지적이 떨어졌다.

기자 3명이 수용된 방 크기는 12.01㎡(3.6평). 승용차 1대 주차면적(11.5㎡)보다 조금 크다. 여기서 보통 4∼6명이 지낸다. 바닥과 베이지색 페인트칠이 된 콘크리트 벽에선 냉기가 느껴졌다. 면 재질인 홑겹 수용복으로 버티기가 버거웠다. 수용실엔 외부와 복도로 뚫린 창문이 2개 있다. 가로·세로 20∼30㎝ 배식구가 쇠창살 사이의 유일한 통로다.

화장실엔 무릎 높이 중간에 있는 수도꼭지와 플라스틱 거울, 좌변기가 있다. 1명이 겨우 쪼그려 앉을 수 있다. 화장실 벽은 허리 위로 투명 아크릴이다. 화장실을 수건으로 가리는 행위는 금지된다. 자해 등을 막기 위해서다. 입소가 빠를수록 화장실에서 먼 자리에 자는 게 규칙이다. 정해진 시간 외 취침은 금지다. 바닥에 눕자 순찰 교도관이 “눕지 말라”고 지적했다.

갇힌 지 2시간이 채 안돼 가슴이 답답해졌다. 수용실에 배급되는 두루마리 휴지에는 영어단어와 한자들이 인쇄돼 있었다. 할 일 없이 휴지의 토끼 그림과 영어단어 ‘rabbit’, 한자 ‘政治’(정치) 등의 글자를 멍하니 바라봤다.



전화는 월 3회 3분씩

교도소에서 전화는 월 3회 3분씩 가능하다(S2급 수용자 기준). 수용자와 교도소 등급은 S1∼S4로 분류된다. S1의 처우와 시설이 가장 좋다. 죄질, 반성 태도, 수형생활 및 교정심리검사가 분류 기준이다. 남부교도소는 시설이 좋은 편인 S2급이다. 교도소 관계자는 “남부교도소가 5성급이라면 지방 교도소는 3성급 이하”라고 말했다.

배식 봉사 수용자가 문 앞에서 “큰 그릇 3개 꺼내주세요”라고 말했다. 배식구를 통해 밥을 받았다. 점심 식사로 돼지고기볶음, 김치, 깻잎, 된장국이 나왔다. 식탁을 펴고 둘러앉았다. 예전에는 밥상이 없어 신문지를 깔았다. 지난해 6월부터 교도소 밥은 100% 흰 쌀밥이다. 하루 식대는 1인당 1끼 1386원이다.



“죄 짓지 말자!”

스마트 접견, 집중인성교육, 직업훈련 확대 등 수용자들의 권리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재범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수용자 과밀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현재 국내 53개 교정시설의 기준 정원은 4만5490명 수준인데 2012년부터 수용자가 꾸준히 늘어 9월 현재 5만5000여명을 기록하고 있다.

시설이 좋아졌다지만 교도소는 교도소였다. 오후 8시30분 출소 절차를 마칠 때까지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실제 출소 과정에서도 ‘좀 더 빨리 진행할 수 없느냐’며 재촉하는 출소자들이 많다고 한다.

출소하는 기자에게 교도관은 “수용생활하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행복하시고 가족을 생각하며 제2의 삶을 살길 바랍니다”고 했다. 비가 오는 늦가을 밤 날씨는 교도소 안보다 따뜻했다. 교도소에서 본 ‘오늘을 견디면 내일이 밝습니다’라는 표어가 머리를 스쳤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