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앞치마를 둘렀다. 치마 가운데 저마다 자투리 천으로 만든 주머니가 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삐죽 나온 두개의 기다란 삼각형, 토끼 귀 같기도 한 그 요상한 모양의 정체는 무엇일까.
여기서 제안 하나. 그림책을 함께 보는 부모와 아이가 수수께끼 내기를 하는 거다. 누가 누가 더 많은 상상력으로 그 안에 무얼 갖고 있는지 맞추는 거다. 깡충깡충 뛰는 토끼, 노래하는 새의 부리, 커다란 식물 줄기, 꼬 끝이 길쭉한 구두 두 짝…. 아마도 부모의 상상력은 이쯤에서 끝나지 않을까.
아이들이 내놓는 답은 의외성이 있고 그래선지 끝이 없다. 비 오는 날 무대에 서지 못한 삐에로의 긴 모자와 접은 우산은 어른의 머리에선 나오기 힘든 답일 것 같다. 공감할 줄 아는 아이들은 이런 슬픈 대답도 내놓지만, 또한 겨울철 씽씽 신나는 스키 두 짝이라는 즐거운 답도 생각할 줄 안다.
아이들은 사물을 쓸모로 인지하기 전에 감성적으로 느끼고 받아들인다. 돌멩이, 씨앗, 이파리, 작은 장난감 따위를 주머니에 넣고 보물처럼 지니곤 한다. 아이의 마음으로 주머니 속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해보면, 수수께끼는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여러 대상을 보여주면서도 바로 답을 알려주지 않고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정답!”을 외칠 기회를 준다. 꽃무늬, 체크무니 등 낡은 천을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만든 작은 주머니에서 할머니의 손맛이 느껴져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폴란드 작가이지만 한국에서 더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마음의 집’으로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볼로냐 라가치 상을 받았다. 이지원 옮김.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그림책-주머니 속에 뭐가 있을까] 앞치마 주머니 속 물건에 대한 아이들의 무한 상상력
입력 2015-10-29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