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철號에서 2002년 히딩크號 향기가…

입력 2015-10-28 21:24

‘최진철호’를 보면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호’가 떠오른다.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 출전한 ‘최진철호’가 유사한 전술로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17세 이하 대표팀을 이끄는 최진철 감독은 ‘히딩크호’의 주축 수비수로 활약했다. 최 감독은 스승인 거스 히딩크 전 감독처럼 압박 전술과 선수들의 체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리틀 태극전사들은 조별예선에서 시종 강한 압박으로 개인기가 뛰어난 상대 선수들을 꽁꽁 묶은 뒤 후반 상대의 체력과 집중력이 약해진 틈을 타 득점했다. 그 결과 ‘최진철호’는 13년 전 ‘히딩크호’처럼 2승1무로 조별예선을 통과했다.

양 팀이 조별예선에서 선전한 것은 ‘짠물 수비’ 덕분이다. ‘히딩크호’는 폴란드전에서 2대 0으로 이긴 뒤 미국과 1대 1로 비겼다. 포르투갈전에선 박지성의 결승골로 1대 0 승리를 거뒀다. 3경기에서 4골을 뽑아내면서 1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최진철호’는 조별예선에서 2골 무실점을 기록했다. 모두 압박 전술 덕분이다.

압박 전술은 체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히딩크호’에서 베르하옌 트레이너가 있었다면 ‘최진철호’엔 이재홍 트레이너가 있다. 이 트레이너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선수들의 스피드와 지구력을 강화하는 특화 훈련을 실시했다.

양 팀 모두 원맨팀이 아니라 원팀이라는 점도 닮았다. 한국 축구는 한·일월드컵 이전만 하더라도 스타 공격수에 의존하는 축구를 했다. 하지만 히딩크 전 감독은 선수들 간 장벽을 없애 하나로 뭉치게 했다. 최 감독도 개성이 강한 이승우(FC바르셀로나)를 팀플레이에 녹아들게 하며 원팀을 만들었다. 축구에선 11명이 한마음으로 뭉칠 때 전력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공통점은 또 있다. 바로 든든한 기둥이 있다는 것이다. ‘히딩크호’엔 수비의 중심이자 주장이었던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이 있었다. 홍 전 감독이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이끈 덕분에 한국은 유럽 강호들을 연파할 수 있었다. ‘최진철호’엔 이상민(현대고)이 있다. 1998년 1월 1일생으로 맏형이면서 주장인 이상민도 수비수다. 이상민은 책임강이 강하고 희생정신과 리더십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감독은 28일(이하 한국시간) “공격 후 수비로 전환할 때와 역습을 당할 때 수비수들의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며 “세트피스도 철저히 대비하겠다. 벨기에가 수비 뒤 공간을 노리는 롱 패스도 종종 사용하는 만큼 골키퍼도 이 부분을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29일 오전 8시 칠레 라 세레나의 라 포르타다 스타디움에서 벨기에와 8강행을 놓고 맞붙는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