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란 정말로 엄청 성가신 존재야.” 14세 소녀 아이사와 리쿠는 종종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예쁘장한 얼굴에 남다른 아우라까지 갖춘 완벽한 소녀 리쿠에게는 비밀이 있다. 언제든지 다른 이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가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슬픔이 어떤 감정인지는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리쿠는 완벽한 가정에서 살고 있다. 잘 생기고 세련되고 다정한 아빠는 도쿄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식재료 하나도 까다롭게 고르는 엄마는 완벽한 주부다. 하지만 아빠는 어린 아르바이트생과 바람을 피우고, 엄마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체 한다. 리쿠는 그런 부모를 관망하고 공허해하며 ‘성가시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간사이 지방으로 가게 되면서 리쿠는 위기를 맞는다. 사투리도 거슬리고 음식도 싫다. 리쿠에게 “니 완전히 친구는 필요 없다는 태도네. 내도 그렇다. 그라믄 우리 친구 같지 않은 친구 안 할래?”라고 묻는 여중생이 있는 곳이다. 모든 게 안 맞는다. 하지만 ‘절대 간사이 물이 들지 않겠다’는 리쿠의 다짐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새에게 유기농 채소, 값비싼 생수를 주는 것보다 이름을 불러주는 게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가게 된다. 연필로 소묘하듯 그린 흑백 만화다. 올해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대상을 받았다.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손에 잡히는 책-아이사와 리쿠] 시골로 이사간 14세 소녀의 성장기
입력 2015-10-29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