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治水가 길이다] “물 관리 주체 너무 분산… 문제 있어도 조율 어렵다”

입력 2015-10-28 21:20
최악의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 거대한 초원으로 변한 충북 옥천군 안내면 대청호 주변에 작은 배 한척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지난 22일 대청호 수위는 64.51m로 지난해 같은 날(72.19m)보다 크게 낮아졌으며 저수율도 36.6%로 역대 3번째(10월 기준)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연합뉴스
비와 눈이 안 와서 생기는 가뭄은 천재(天災)다. 그러나 주어진 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는 인재(人災)다. 전문가들은 최근 극심한 가뭄 속에서 충청 등 특정 지역의 물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인재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뭄이 잦아지는 기후 변화에 맞춰 우리나라의 물 관리체계와 물 소비문화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수도요금 인상 문제에 대한 의견은 전문가들 간에도 엇갈렸다. 물 공급체계 변화와 식수로서의 수돗물 질 향상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역·부처·기관 이기주의 넘어선 ‘통합 물 관리’ 이뤄내야=박종관 백석대 법행정경찰학부 교수는 28일 “이번 가뭄을 겪으면서 확인된 가장 큰 문제가 물 관리 주체가 너무 분산돼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가뭄이 심각했던 충남만 해도 담당 주체가 6곳으로 나뉘어 있고, 여기에 정부 산하기관도 여러 곳이 있어 문제가 있어도 조율이 안 된다”면서 “통합이 힘들다면 최소한 협의하고 조율할 수 있는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에도 국가와 권역별 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 물 관리 종합계획 등을 정기적으로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의 물관리기본법 제정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물관리기본법 제정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 이후 8번이나 시도됐지만 기관·부처·지역 간 조율이 쉽지 않아 번번이 좌절됐다.

강부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통합 물 관리 필요성이나 물관리기본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이론적으로 공감하지만 실무로 들어가면 문제가 쉽지 않다”면서 “통합관리위원회가 설치된다 해도 실질적 권한이 부여되지 않으면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법을 통과시키고 기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각 부처 공무원,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기능을 나눠야 각자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형 댐 중심 기존 틀 벗어나야=통합 물 관리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물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현재 광역댐 중심으로 물을 공급하고 지방상수도가 부수적으로 기능하는 구조에서는 특정 지역에서 상습적으로 가뭄이 발생하는 현상이 해소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강 교수는 “현재 대형 규모의 다목적댐에서 물을 공급받아 지류로 내려 보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대형 댐과 4대강 보 같은 지류의 시설 사이에 지역별 중소 규모의 댐을 만드는 방법 등 근본적인 차원의 용수 공급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번 가뭄을 계기로 4대강 보에 저장된 물을 활용키로 했지만, 단순히 있는 물을 쓴다는 차원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강 교수는 “4대강 보는 하류의 물이기 때문에 이곳의 물을 가뭄지역에 보내기 위해서는 상류의 물을 공급하는 방식부터 손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재정 문제로 방치된 노후 상수관 문제를 지방에만 맡겨놔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상만 공주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보령 지역의 누수율은 25∼40%에 달할 정도”라면서 “개량공사를 해야 하는데 지자체에 돈이 없다. 예산이 없는 지자체에 누수 문제를 지적해봐야 투자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도 “현재 수도요금 체계 등을 고려할 때 지자체가 스스로 누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면서 “지방에 자치권을 주려면 그에 걸맞은 예산도 함께 지원하고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 낭비 문화 개선 필요” vs “수도요금 인상은 고민 필요”=근본적으로는 물 부족 국가인 한국에서 물을 낭비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정 교수는 “가뭄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물을 절약하는 것”이라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가뭄이 계속되자 물 절약을 안 하면 지자체에 벌금을 물리고 개인 역시 수도요금을 올리는 식의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물값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자발적으로 (절약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 값을 높이는 방향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도 “수도요금 조정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면서 “현재 공짜로 쓰이는 농업용수의 경우 특히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요금 인상에 앞서 요금체계 등을 먼저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물을 덜 쓰게 하려고 수도요금을 올린다는 것은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면서 “요금 인상은 최후 수단이고 물 저장을 최대화하는 방법 등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물 쓰는 문화를 바꿀 필요는 있지만 갑작스레 비용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단적인 예로 현재 수질에 대한 신뢰가 낮아 수돗물을 안 마시지 않느냐. 다른 나라와 달리 마시는 물을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돗물값을 올리면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세종=윤성민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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