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기부’ ‘정치인·연예인·스포츠 스타도 참여한 캠페인’
지난해 여름 유행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를 수식하는 말이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환자들을 위한 모금 캠페인이다. 참가자는 자신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동영상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거나 미국 ALS협회에 100달러를 기부한다. 물론 둘을 병행할 수도 있다. 또 본인에 이어 캠페인에 참가할 세 사람을 지목하고 그들의 이름을 SNS에 태그한다. 지목을 받은 사람은 같은 과정을 실행하면 된다. 지목을 받았어도 거절할 수 있다.
이 캠페인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참여를 이끌어냈다. 미국에서만 단 5주 만에 250만명 이상이 동참했고 2억3000만 달러가 모금됐다. 기부 활성화를 위한 창의적 모금방안이 요구되는 가운데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신규 기부자 발굴과 모금에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22일 한국NPO공동회의 연수단과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ALS협회를 찾았다. ALS협회는 최전방에서 루게릭병과 싸우고 있는 비영리 단체로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주관했다.
◇대중이 이끄는 캠페인=“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나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인들의 동참이 성공 요인의 전부는 아닙니다. 대중이 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했기에 성공한 것입니다.” ALS협회 데이비드 햄튼 부회장은 이같이 밝혔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급속도로 퍼진 이유를 ‘바이럴 모금’ 방식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럴 모금이란 ‘기존 현상 이용’ ‘재밌고 따라 하기 쉬운 규칙’ ‘시각과 창의력 강조’ ‘온라인과 문자메시지 통해 기부 단순화’ ‘명확한 메시지 전략’을 기반으로 한 모금방식이다. 햄튼 부회장은 “재밌고 좋은 목적을 갖고 있고, 적절한 타이밍에 새로운 형태의 캠페인이 등장했다는 것이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고 소개했다.
◇모금액 활용에 대한 선(先)계획 수립 중요=일각에서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와 같이 디지털 마케팅을 이용한 모금 캠페인의 참가자들이 기부금 사용처 등에 대한 검토 없이 충동적으로 기부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햄튼 부회장은 “먼저 모금액을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을 세워서 기부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홈페이지는 물론 캠페인의 주요 매개가 된 SNS 등에 공개해 기부자들에게 최대한 정보가 전달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ALS협회는 지난해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통해 모금한 돈을 향후 5년 동안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해 놓았다. 기부금의 65%는 루게릭병 연구, 20%는 루게릭병 환자와 가족 지원, 10%는 공공교육, 나머지 5%는 기부자들이 신용카드를 이용해 기부한 경우 발생한 수수료를 충당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햄튼 부회장은 “올해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파트너십을 맺고 선수들이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동참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라며 “지난해처럼 큰 호응을 기대하진 않지만 캠페인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부자 평균치 바탕으로 시뮬레이션도=유행이나 시류에 따른 모금액수의 증감 등에 대비해 기부자의 평균치를 산출한 뒤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빈곤퇴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 국제구호개발NGO 머시콥(Mercy Corps)이 그 예다. 머시콥은 후원자 12만명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성별과 학력, 정치성향 등의 평균치를 산출했다. 그 결과 머시콥의 후원자는 석사학위 이상의 고학력자로 미국의 동·서부 해안에 거주하며 연 수입 10만 달러 이상인 진보적 정치 성향의 65세 이상 여성이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 ‘일레인’이다. 일레인은 머시콥이 모금 대상으로 삼는 미국인을 대변한다. 머시콥 워싱턴 지부 안드레아 코펠 국제정책담당 본부장은 “최근 디지털 마케팅이 급속 성장하면서 젊은층을 공략하려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머시콥은 모든 캠페인을 기획할 때 일레인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있다”며 “덕분에 안정적인 모금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DC=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나눔 문화 확산, 법·정책 재정비가 답이다] 모금도 재밌고 따라하기 쉽게… 마케팅 기법도 활용
입력 2015-10-28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