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일자리 대책, 이러다 천지개벽?

입력 2015-10-28 22:15 수정 2015-10-28 23:48

‘국내 최초·최대 자동차산업복합단지’ ‘아시아 대표 패션도시’ ‘기술융합형 글로벌 스마트산업단지’….

서울시가 10월 한 달간 박원순 시장의 일자리대장정에 맞춰 연일 쏟아내는 정책홍보 자료들의 제목이다. 화려한 수사로 가득해 서울이 최고의 도시가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기존에 발표했던 내용을 재탕·삼탕하는 식의 정책홍보 자료가 많고 일부는 급조됐다는 인상도 풍긴다.

서울시는 28일 오전 예정에 없던 ‘서울 장안평 일대 국내 최초·최대 자동차산업복합단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박 시장이 이날 오후 일자리대장정의 일환으로 장안평 자동차산업복합단지 조성 현장을 방문하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시는 또 같은 날 ‘2021년 창동·상계 지역 음악산업 메카로 재탄생’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에 대형공연시설인 ‘서울아레나’를 조기 건립하겠다는 내용인데 이미 몇 달 전에 발표한 자료에 공사를 1년여 앞당긴다는 내용이 추가됐을 뿐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이나 생산 유발효과 등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시장이 지난 15일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간담회를 한 날 서울시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의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에 따른 경제파급효과는 총 27년간 264조8000억원, 고용창출효과는 121만5000명이다. 서울시는 특히 청년고용 연평균 7000명, 27년간 총 18만5000명 창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차 측에 이에 대한 근거자료를 요구하자 “통계청의 청년 고용율을 일반적으로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GBC 건립으로 인한 효과를 면밀히 분석한 게 아니라 일반적인 통계적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시가 26일 박 시장의 ‘차움의원’ 방문에 맞춰 발표한 ‘의료관광’ 활성화 종합계획은 구체적으로 보완할게 많다는 지적에 따라 초안으로 전락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수진영은 박 시장의 일자리대장정을 ‘정치적 행보’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서울시의회 신건택(새누리당) 의원은 “표시내기 아닌가”라고 말했고, 같은 당 이숙자 시의원도 “시장의 개인 행보가 너무 강조되고 있는데 일자리 정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박 시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숫자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일자리를 구체적으로 계산하지 말라고 했다. 되느냐 마느냐 싸울 필요 없으니까. 처음엔 전광판을 만들자고 했는데 본질이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박 시장의 행보를 과도하게 홍보하려다보니 설익은 정책과 불확실한 경제적 효과를 발표하면서 좋은 의미로 시작한 일자리대장정이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사회실장은 “서울시의 일자리 대장정이 인정받으려면 정책홍보 보다는 좀더 차분하고 진정한 성과 중심의 정책 개발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