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Processed meat)에 대해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달 26일 ‘붉은 육류(red meat)와 가공육에 대한 소비평가 논문’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IARC는 10개국 22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육류 섭취와 암 발생 상관관계에 대한 800여건의 연구조사를 검토한 결과, 햄이나 소시지 등 공정을 거친 육류나 붉은 고기 섭취가 대장암과 직장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매일 50g의 가공육을 섭취하면 대장암 유발 가능성이 18% 높아진다고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는 특히 가공육의 경우 1군 발암성 물질(그룹1)에 해당하고, 붉은 고기는 2군(그룹2A)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충분한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로 전 세계는 물론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업계는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북미육류협회는 이번 보고서가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우려를 주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또한 소비자들은 붉은 고기는 햄, 소시지 등을 섭취하면 안되는 것이냐고 되묻는 상황이다. 특히 햄과 소비지 등 가공육의 경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먹거리 중 하나라는 점에서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국내에서는 이번 발표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가공육과 붉은 고기 등에 대한 국내 섭취량과 조리법 등 식습관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자세한 것은 WHO에서 세부자료를 11월에 공개한다고 했기 때문에 내용을 확인한 뒤 어떤 근거인지 확인하고, 우리나라 상황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는 육류가 대장암이나 직장암 발생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지난 십수년의 연구 결과를 분석한 것이라며, 어느 날 갑자기 나온 말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하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이문희 교수는 “육류가 대장암이나 직장암 발생에 관계가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교과서에서 나오던 견해다. 이번 발표에 언급된 가공육의 경우 1군 발암물질이라고 평가했는데, 암 발생과 그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도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가공육이 담배나 석면처럼 1급 발암물질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연구결과를 받아들이는 정도를 1∼4로 평가했을 때, 가공육은 1, 붉은 고기는 2A정도라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의미이지, (담배나 석면처럼) 강력한 발암물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육류를 많이 섭취하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붉은 고기나 가공육을 섭취하다 보면 육류 자체 이외에도 첨가물이나, 육류에 투여된 호르몬, 고온 조리시에 생성되는 물질 등이 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육류 섭취와 관련 이번 발표로 혼란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암 발생은 육류 섭취 이외에도 생활습관, 비만 등에 따라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육류를 절대 먹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문희 교수는 “단백질 섭취는 반드시 필요하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암환자의 경우 필수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빈혈, 무기력감 등 건강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다만 육류 섭취를 최소화하고, 고기를 먹더라도 채소를 많이 먹고 금연·금주와 함께 운동을 통해 활동량을 늘려 암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햄·소시지, 정말 1급 발암물질일까
입력 2015-11-01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