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300채 당첨 ‘36억 챙겼다’… 부부·동생·친구 등 떴다방, 전국 누비며 분양 신청 3000회

입력 2015-10-28 21:46

부동산 업자 진모(50·여)씨는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던 2013년 말부터 이른바 ‘부동산 떴다방’ 전문 브로커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진씨는 이후 2년여 동안 다른 사람 명의로 전국 새 아파트 280곳을 분양받았다. 진씨는 남편, 남동생, 친구, 지인 등 6명으로 팀을 만들어 전국을 누비기 시작했다. 부동산을 잘 아는 진씨가 모든 계획을 짜고 나머지 사람들은 진씨의 손발이 돼 움직였다.

이들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대상인 ‘특별 공급’을 타깃으로 삼았다. 주택 청약에서 일반 공급은 일정 요건을 갖춘 청약통장 보유자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신청하고, 특별 공급은 다자녀·노부모 봉양 등 특정 대상이 분양 사무소를 방문해 신청하는 것이다. 일반 공급보다 특별 공급의 당첨 확률이 높다.

진씨는 저소득층이 많은 임대아파트 등을 돌아다니며 특별 공급 대상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진씨는 남편 등을 이들에게 접근시켜 선물을 주는 방법으로 환심을 산 뒤 청약통장을 보유한 대상자를 끌어들였다. 나중에는 돈을 받고 청약통장 등 명의를 빌려준 주민이 다른 주민을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진씨 일당은 이런 식으로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에서 청약통장 대상자 600여명에게 건당 50만∼300만원을 주고 명의를 빌렸다. 이어 전국의 새 아파트에 2700여 차례 분양 신청했고 280여곳을 분양받았다. 이들이 분양에 성공한 280여곳 중 170여곳은 특별 공급 대상자 명의로 당첨이 됐다.

이들은 한 곳당 1000만∼3000만원의 웃돈(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팔아넘겨 모두 30억원의 차액을 챙겼다. 당첨 시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200만∼1000만원을 수당 형식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들이 분양 신청을 한 2700여곳 중 절반 이상은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는 부산과 대구였다.

대구지방경찰청은 28일 떴다방 브로커 10명을 적발해 이 중 진씨 등 5명을 주택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에게 이름을 빌려준 김모(54)씨 등 41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진씨 일당 등 업자 10명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전국의 새 아파트 3000여곳에 분양 신청해 300여곳이 당첨됐으며,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팔아 36억원의 차액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경찰청 최준영 광역수사대장은 “올해 초 부동산 시장에 떴다방 문제가 심각하다는 첩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며 “업자들에게 돈을 받고 명의를 넘긴 사람들은 형사 입건돼 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 앞으로 주택 청약을 할 수 없게 되는 피해도 입게 됐다”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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