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전쟁 없는 곳서 살고 싶어”… 105세 아프간 할머니의 눈물겨운 유럽行

입력 2015-10-28 22:44

“다리가 아프지만 나는 괜찮다. 하루라도 전쟁 없는 곳에 살고 싶다.”

27일(현지시간) 갈색 담요를 두른 채 들것에 실려 크로아티아 동쪽 국경 오파토바츠 난민촌에 도착한 비비할 우즈베키(사진) 할머니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도시 쿤두즈에서 수천㎞를 건너 이곳까지 온 그녀의 나이는 올해 105세.

할머니 고국 아프간의 역사는 ‘전쟁’과 ‘억압’의 연속이었다. 1979년 소련군 침공부터 1990년대 탈레반 집권과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아프간 전쟁까지 하루도 마음 놓을 날이 없었다. 끊임없는 전쟁과 빈곤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다. 삶의 끝자락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유럽행을 결심한 그녀에게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할머니는 아들, 손자를 포함해 가족 17명과 함께 국경을 넘었다. 20일이 넘는 여정 동안 가족들은 숱한 산과 사막, 바다, 그리고 숲을 지나야 했다. 할머니는 적십자사 텐트에 앉아 “우리는 많은 일을 겪었고 나도 많이 고생했다”며 “넘어져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고 AP통신에 털어놨다. 69세 아들과 19세 손자가 번갈아가며 할머니를 업고 왔고 세르비아 국경을 넘어 이 마을에 들어올 때는 들것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할머니와 가족들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손자 무하메트는 할머니를 슬로베니아행 기차로 부축해가며 “우리 가족이 희망하는 최종 목적지는 스웨덴”이라고 밝혔다.

할머니는 공식 확인된 최고령 난민이 될 전망이다. 할머니의 서류를 살펴본 크로아티아 경찰도 할머니가 105세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