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은평구 은평로 은평교회(한태수 목사). 주일도 아닌데 사람들로 붐볐다. 주차장에 세워진 부스 10여개에선 민들레즙 사과 밤 꿀 쌀 톳 미역 등 농수산물들이 판매됐다. 인근 주민들과 성도들은 각 부스를 찾아 설명을 듣고 시식을 하며 가격을 문의했다.
“무탄소 무공해 무농약 3무(無)로 유명한 청정 섬 가파도 아시죠? 이곳에서 해녀들이 직접 딴 톳과 미역이에요.” 제주도 남쪽 가파도에 하나뿐인 교회 ‘가파도교회’의 박준식(54) 목사가 설명했다.
손님이 마른미역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돌아서자 박 목사는 “택배도 가능하니까, 전화주세요”라며 명함을 쥐어줬다. 한 명의 손님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박 목사를 비롯한 목회자 10여명은 이날 목회지에서 재배·채취한 농수산물을 파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모두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총회장 유동선 목사) 소속 ‘영농목회자’들이다. 선교비를 지원받지 않고 자립하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짓거나 농어민들의 농수산물 공동 판매를 돕고 있다.
이날 행사는 기성이 이들에게 판로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한 농수산물 직거래장터였다. 지난해 처음 시행했는데 반응이 좋아 일정을 1일에서 3일로 늘렸다. 26일 시작한 장터는 이날 마무리됐다. 14개 교회의 영농목회자들이 참가해 60여종을 판매했다.
박 목사는 유일하게 수산물을 가져왔다. 그는 주민들이 따서 말린 미역과 톳 등을 지난해부터 공동판매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가파도 여행객이 급감하자 주민들이 박 목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경기도 이천 임마뉴엘교회 조휴중(60) 목사는 민들레즙 딸기잼 고구마 등을 팔았다. 조 목사는 1만3000㎡(4000여평) 밭에 민들레, 3300㎡(1000여평) 밭엔 고구마 등을 재배한다. 이번 장터 직전에는 이천 ‘쌀 문화축제’에 참여해 민들레즙 등을 팔았다.
경기도 부천 온누리교회 손병수(61) 목사는 배를 판매했다. 손 목사는 지난 15년 동안 카메룬 등 서부 아프리카 지역을 오가며 해외선교에 주력했다. 그러다 기성 총회 농어촌부에서 활동하며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오래전에 사둔 충남 천안 땅에 배나무를 심었다.
손 목사는 “1년 동안 열심히 일해도 매출이 5000만원밖에 안 된다”며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영농목회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직거래장터를 주관하는 기성 총회 농어촌부 부장이다. 직거래장터에는 3일간 연인원 2000여명이 방문했고 총매출은 3600여만원이었다. 손 목사는 “이 정도면 보통 이상”이라며 기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조 목사님네 고구마 날개 돋쳤네… 기성 ‘영농목회자’ 돕기 농수산물 장터 성료
입력 2015-10-28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