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배우 엄태웅의 아내로 대중에 얼굴을 알린 윤혜진이 오는 12월 8∼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송년 레퍼토리 ‘춤이 말하다’에 출연한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이긴 하지만 발레를 그만둔 지 3년이 넘은 윤혜진이 무용계에서 활발하게 뛰고 있는 스타들만 출연해 온 ‘춤이 말하다’에 나온다고 하자 무용계에서 ‘금수저 논란’이 일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27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렉처(강의) 퍼포먼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춤이 말하다’에 윤혜진 외에 궁중무용 정재 대가인 김영숙, 벨기에 세드라베 무용단 출신으로 안무가로도 활동 중인 예효승,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 소속으로 ‘댄싱9’ 시즌 2 우승자인 김설진, 맨몸으로 주변 지형을 활용해 예술적 동작을 만들고 심신을 단련하는 파쿠르 전문가 김지호 등 총 5명이 출연한다고 밝혔다.
2013년 처음 선보인 ‘춤이 말하다’는 무용의 각 장르를 대표하는 무용수들이 자신의 춤 인생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직접 춤을 추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발레의 경우 2년간 현재 발레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용걸 김주원 김지영이 출연했었다. 평단에선 뛰어난 무용수들을 캐스팅하고도 깊이 있는 얘기를 끌어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대중에게는 인기가 높아 거의 매진을 기록했다.
2001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윤혜진은 장-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신데렐라’의 새엄마, 롤랑 프티 ‘젊은이와 죽음’의 노란 옷을 입은 여인 등의 개성적인 역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2012년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입단했지만 곧바로 부상을 입고 한국으로 돌아와 2013년 초 엄태웅과 결혼했다. 발레 마니아에게만 알려졌던 그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것은 올해 초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면서부터다.
국립현대무용단 관계자는 28일 “‘춤이 말하다’에 꼭 뛰어난 무용수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며 “춤추는 사람의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윤혜진으로부터 임신과 출산을 비롯해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춤을 3년 넘게 쉰 그의 출연에 대해 무용계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배우 조재현의 딸 조혜정이 TV 예능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한 뒤 유명세를 타고 드라마 ‘상상고양이’에 주역으로 발탁되자 네티즌의 비난을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무용계 관계자는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도 쉬지 않고 활동해온 무용수들이 현장에 많이 있는 상황에서 윤혜진의 출연은 국립현대무용단이 홍보 효과를 노린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윤혜진 역시 ‘춤이 말하다’에 나오기 전에 적어도 1∼2편의 작품에라도 출연했다면 그의 진정성을 믿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윤혜진, 렉처 퍼포먼스 출연에 ‘특혜 논란’
입력 2015-10-28 22:07 수정 2015-10-29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