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이 과거와 달리 가계부채 및 부실기업 등 내부 요인에 의한 경제위기 발생 가능성을 제기했다.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3.0%로 전망하고 올해뿐 아니라 내년 경제에 대해서도 회복세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은행 수익도 각종 환경 변화로 올해보다 12% 이상 급락할 것으로 예견됐다.
금융연구원이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2015년 금융동향과 2016년 전망 세미나’에서 임진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현재의 경기국면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위기 발생이 우려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실장은 “과거에는 1997∼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외충격에 의한 예상치 못한 외생적 위기가 나타난 반면 현재는 구조적 취약 요인에 의해 촉발된 내생적 위기 발생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그는 우리나라 잠재성장을 하회하는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위기흡수 능력이 조금씩 저하되는 가운데 가계부채, 부실기업 등 구조적 취약 요인에 의해 내생적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성장동력 위축으로 2011년 이후 경기변동성이 축소되고 있는 점을 구조적 저성장을 보여주는 예로 꼽기도 했다.
임 실장은 이어 수출둔화 지속과 내수회복 지연으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5일 한국은행이 전망한 내년 성장률 3.2%보다도 낮은 수치다. 민간소비는 미세하나마 회복되지만 설비투자와 수출 등 여건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설비투자는 올해 5.2% 증가율에서 내년 4.8%로 내려갈 것으로 봤고, 수출의 경우 올해 0.2%에서 내년에 0.4% 증가해 약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수출증가율는 내년 상반기 0%로 내다봐 상당기간 현재의 부진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석한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재정절벽 가능성을 우려했다. 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추경예산이 예상보다 규모가 커서 올 하반기 내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정작 내년도 예산이 올해 추경예산과 비교하면 긴축 수준이라고 본다”며 “내년 정부 재정 지출증가율이 작은 것은 내수에 좋지 않은 영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또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 1년간 4차례 100bp(1% 포인트, 1bp=0.01% 포인트) 인상되면 국내 증권자금 순유출규모는 102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금융연구원 임형석 연구위원은 ‘은행산업 환경 변화와 전망’ 발표에서 내년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이 올해(6조4000억원 추정)보다 12.5% 감소한 5조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계좌이동제 시행, 핀테크 활성화 등이 은행에 위협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내년 가계빚·부실기업發 내생적 위기 가능성”… 금융연구원, 어두운 전망
입력 2015-10-28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