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美 국방장관 “美 군함 추가파견”… 청문회서 남중국해 작전 확인

입력 2015-10-28 22:15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난사군도 내 피어리크로스 환초에 만들어진 인공섬을 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지난달 3일 촬영된 것으로 길이 3㎞ 이상의 활주로와 선박 정박 및 피항시설, 막사, 건물 등이 보인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같은 곳을 2006년 1월에 찍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중국이 인공섬을 건설한 남중국해에 미 군함을 추가로 파견할 계획이며 이 작전은 앞으로 수주 또는 수개월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카터 장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 해군 구축함이 남중국해 중국 인공섬 12해리 이내에 진입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번 작전이 앞으로도 수주 또는 수달 동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터 장관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한 어디든 비행하고 항행할 것”이라며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의 한 부분으로서 항행의 자유는 미국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당국자는 AFP통신에 “우리는 이번 작전을 다시 할 것”이라며 “국제수역에서, 우리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 항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제법적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해당 수역에서 군사작전을 계속함으로써 중국의 영유권 주장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일단 미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남중국해 긴장을 격화하는 행동을 지속할 경우 중국 쪽에서도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국의 해군 전문가 리제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1988년 미국과 구소련 해군 간 충돌을 언급하며 “미 군함이 계속 남중국해에서 떠나기를 거부할 경우 중국이 가장 위급한 순간에 제한된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구소련은 1988년 2월 12일 크림반도 세바스토폴항의 해군 기지 7해리 이내로 진입한 미 순양함 요크타운과 구축함 캐런이 경고를 받고도 물러나지 않자 호위함 베자베트니를 보내 미 군함을 들이받은 바 있다. 쑨저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도 “(중국이) 미 군함의 레이더를 차단하거나 해당 지역에서 군사 훈련 시행을 선언할 수 있다”며 “미 군함을 쫓아내기 위해 군대나 민간 선박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군의 대표적 강경파인 뤄위안 예비역 소장은 홍콩 봉황TV에 “미국의 도발적 행동은 (미·중) 신형 대국관계 건설 약속과 남중국해에 대한 약속을 깬 것”이라며 “법적 측면에서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양위쥔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행위는 남중국해 지역을 군사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협박행위’로 규정하고 “역외 국가인 미국이 남해에 군함을 파견한 것은 중국의 국가안전에 대한 도발일 뿐 아니라 지역의 평화·안정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미국은 중국과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의도가 없다”면서 “미국의 행동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 사령관이 다음 달 2일부터 5일까지 중국을 방문, 중국군 간부와 대화할 예정이어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수습될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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