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도 구매력 증대 부진… 80년대 3저호황때 60% 수준·경기동행지수도 되레 하락

입력 2015-10-28 21:33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최근 구매력 증대가 1980년대 3저 호황(저유가 저환율 저금리) 때의 60% 수준에 머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소비자들이 현재 경기를 판단하는 경기동행지수도 과거와 달리 유가급락기 이후 오히려 떨어졌다. 저유가 현상이 지난해 사상 첫 기업 매출 감소를 이끈 요인으로 부상한 가운데 소비자들의 경기심리나 소득에도 호재가 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최근 주요 현안 점검을 위해 내놓은 저유가 관련 보고서에서 “최근 저유가 현상은 세계 수요 부진에 의한 것이어서 경제성장에 주는 영향이 과거와 달라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국내총소득(GDI)은 3저 호황 시절이던 86년 2분기에 전기 대비 5.9% 증가했지만 같은 저유가 상황이라고 해도 2015년 1분기는 전 분기보다 3.6% 증가에 그쳤다.

저유가 국면에서 나타난 소비자 경기심리의 경우 80년대 중반에는 유가급락기를 거치면서 뚜렷하게 상승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5년 10월∼86년 4월 유가급락기가 지난 뒤 6개월간의 경기동행지수 추이를 보면 86년 4월 99.1에서 86년 10월 100.2로 올라섰다. 반면 2014년 7월∼2015년 1월 유가급락 후 경기동행지수는 100.1(1월)에서 99.7(7월)로 하락했다.

한은 조사국 방홍기 과장은 “80년대 중반에는 견실한 세계경제 성장세 등 대외여건이 우호적인 가운데 원유공급 증대로 유가가 떨어지면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이 나타났다”면서 “최근에는 유가 하락이 수요 부진에 상당부분 기인하면서 긍정적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교역증가율은 85년 2.8%에서 86년 4.3%로 크게 뛴 반면 2014∼2015년은 3.3%에서 3.2%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앞으로 국제유가 하락이 글로벌 수요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경우 유가 하락의 경제성장에 대한 긍정적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