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남중국해

입력 2015-10-28 18:11

세계 지도를 딱 펼쳐놓고 보면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이 부딪히는 이유를 대번에 알 수 있다. 군사적으로, 지정학적으로 무척 중요한 지점이다. 대양 해군을 지향하는 중국은 태평양 진출을 위해 주변국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남중국해를 내해(內海)로 만들려는 열망을 버릴 수 없다. 이미 태평양의 제해권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은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 군사적 측면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바로 중국의 해군력 팽창을 막는 것이다.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에서 해상 교역로는 남중국해를 지나고, 1982년 중국 해군이 근해에서 미 해군력을 몰아내기 위해 설정한 가상의 해양 방위선 제1도련(島?·island chain)은 ‘오키나와∼대만∼남중국해’를 잇는다.

두 강대국의 핵심 이익 충돌이 현실화된 것이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이다. 활주로를 만들고 군사시설까지 들어선다고 하니 핵 항공모함보다 훨씬 강력한 전진 기지가 태평양의 일부인 남중국해 한복판에 들어선 셈이다. 인공섬은 중국의 원대한 ‘군사굴기’ ‘해양굴기’를 알리는 신호다.

전 세계 해상 물류의 50%, 원유 수송의 60% 정도가 남중국해를 지나고, 원유 280억 배럴과 천연가스 7500㎦가량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니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대만 등 남중국해를 둘러싼 국가들이 서로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북동쪽으로 대만해협을 지나 동중국해로 들어가면 중·일 간 첨예하게 영유권 분쟁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있다.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에서 강대국들끼리, 주변 관련국들끼리 양보 없이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남중국해를 포함한 서태평양에서의 미·중 갈등과 충돌은 일본, 러시아와 북한에까지 영향을 미쳐 동아시아 안보 지형의 판을 뒤엎을 수도 있을 게다. 100여년 전 치욕을 또 당하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