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는 2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2017 종교개혁 500주년 한국교회개혁갱신실천대회’를 앞두고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종교국 회의실에서 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한국교회개혁갱신실천대회 대표대회장 소강석(새에덴교회) 상임대표회장 정인찬(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명예대표대회장 권태진(군포제일교회) 목사와 세계성령중앙협의회 이사장 안준배(대학로순복음교회) 목사 등 실천대회 관계자들은 ‘한국교회의 신앙 본질 회복’ ‘한국교회 개혁 대상과 개혁 방향 모색’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 등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펼쳤다.
<참석자>
·소강석(대표대회장·새에덴교회) 목사
·정인찬(상임대표회장·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목사
·권태진(명예대표대회장·군포제일교회) 목사
·안준배(세계성령중앙협의회 이사장) 목사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오늘의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개혁 정신은 무엇인가.
△소 목사=498년 전 종교개혁의 정신은 아드 폰테스(ad fontes) 즉, 근원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자 성경의 원리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현실은 어떤가. 신앙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혼돈과 공허의 블랙홀에 빠져 표류하고 있다.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상은 제도 개혁, 세습 방지, 목회자 윤리 회복 등 밖으로 드러나는 개혁을 요구한다. 물론 그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고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신앙의 근원이 개혁될 때 제도도 정화되고 삶도 성숙하게 된다. 교회는 언제나 본질에 서 있을 때 시대의 등불이 됐다.
△정 목사=루터나 칼뱅은 종교개혁을, 키프리아누스는 교회개혁을, 라우센부쉬는 사회개혁을 주장했다. 교회는 자체개혁을 하기에 앞서 인간개혁을 해야 한다. 목회자들이 변질된 인간성을 먼저 개혁해야 한다. 말씀으로 돌아가는 개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교회의 본질이 회복될 수 있다. 자신이 변화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
△권 목사=교회의 본질을 알고 말씀에 의해 자기를 조명하며, 철저한 회개로 성령의 능력을 구해야 한다. 구원과 삶을 위해 오직 성경, 오직 예수,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이 나타나게 해야 한다. 이론의 실제화를 위해선 제자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제자는 태어나지 않는다. 제자는 반복, 지속, 훈련이 있어야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훈련을 통한 제자화 운동이 선행돼야 그리스도를 닮은 그리스도인이 세워진다.
△안 목사=그리스도인은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그 나라의 영생을 믿는 나그네, 하나님의 절대 은혜에 기대어 사는 거룩한 거지,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고 그 말씀을 지키는 머슴으로 살 것을 결단해야 한다. 나그네의 삶은 욕심 버리기 운동으로, 거룩한 거지의 삶은 낮아지기 운동으로, 머슴의 삶은 섬기기 운동으로 승화해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섬기는 개혁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비기독교적인 세속화의 물결이 내부로 침투했다. 또 교회가 사회로부터 비판받는 현실에 이르렀다.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개혁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소 목사=한국교회가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성장주의에 편승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세속화와 자본주의에 빠져 교회다움을 잃어버리고 사회로부터 공격과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게다가 자정능력까지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교회는 개교회, 교단, 교권주의를 극복하고 연합을 통해 개혁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정부,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교회가 연합해 교회를 바로 세우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데, 지금 한국교회에는 대표 기관이 없다. 한국교회가 대표성 있는 기관을 세우고 이를 통한 개혁의 꽃씨를 뿌릴 때라고 본다.
△권 목사=공정한 선거문화 확립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교회에서 실행되는 많은 선거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발견됐다. 교회 안팎으로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 지도자로 설 수 있도록 선거제도 개혁에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목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섬김의 본질을 이해하고 겸손과 거룩성을 마음에 새기도록 철저한 자기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안 목사=교회 문제를 사회법정으로 끌고 가려는 세태도 심각한 문제다. 성경은 우리 인간이 죄인이며 교회공동체도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동시에 이런 문제가 있을 때 세상 법정에 갈 것이 아니라 신앙공동체 안에서 먼저 해결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교회들이 중재기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정 목사=한국교회는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삶의 전 영역에서 기독교적인 정신과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교회중심이었다. 이제는 일상생활과 직장에서,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한마음으로 하나님 나라와 의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삶의 변화가 나타날 때 비로소 개혁을 말할 수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대한민국도 광복 7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해를 맞았는데 이 시점에서 한국교회 역할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소 목사=한국교회가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해 앞장서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다. 한국교회가 소속과 규모를 떠나 한마음으로 도움이 필요한 북한 주민들을 돕고 민족의 통일과 국가 발전을 이루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외침에 그쳐서는 안 된다. ‘양극화 해소’ ‘건전한 사회 윤리 확립’ 등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안 목사=야곱과 요셉이 형들의 목을 끌어안고 울면서 하나 됨을 이룬 것처럼 우리도 북한 동포는 물론 세계의 불우한 형제자매들을 품고 화해와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 그것이 ‘세계의 평화와 하나 됨’이라는 하나님 구원역사의 실질적인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다.
△권 목사=개혁과 갱신은 거룩한 전통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지상교회가 완전할 수는 없지만 역사의 큰 축을 담당해 온 많은 교회와 신앙 선조들의 애국 활동을 종교 행위로 치부하고 역사서에 기술하지 않는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부족한 부분이나 잘못된 시각을 확산시켜 교회의 위기설을 말하는 것은 불신앙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기독교가 130년 역사 속에 교육 문화 경제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쳤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위축되거나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한국교회 인테그리티(정직 청렴 고결 온전 위상)를 실천하겠습니다’를 표어로 ‘2015 종교개혁 500주년 한국교회개혁갱신실천대회’가 진행된다.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정 목사=한국교회 개혁의 대장정이 신학생으로부터 시작될 것을 기대해본다. 498년 전 비텐베르크대학교 게시판에 루터가 종교개혁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붙이면서 개혁의 불꽃이 시작된 것처럼 한국교회개혁갱신실천대회가 제2의 종교개혁을 일으키는 발화점이 됐으면 좋겠다. 이 개혁의 대행진 대열에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예비 목회자들이 동참해주길 소망한다.
△권 목사=작은 불꽃 하나가 큰불을 이루듯 성경을 통해 정체성을 세우고 개혁을 실천하는 움직임이 한국교회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이번 대회에 개혁 실천 의지가 충만한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마음을 모아주길 기대한다.
△소 목사=한국교회는 대립과 갈등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모여야 한다. 우리가 함께 기도하면 한국교회가 진영을 넘어서는 연합과 일치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한국교회개혁갱신실천대회를 통해 한국교회의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추락한 한국교회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안 목사=이번 대회를 통해서 우리가 다시 본질을 붙잡고 건강한 교회, 부흥하는 교회로서 영적인 능력을 회복하고 축복의 발원지가 되기를 바란다.
진행·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한국교회 신앙 본질 회복과 개혁 방안’ 좌담] “한국교회 성경원리로 돌아가는 제2의 종교개혁 필요”
입력 2015-10-28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