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아베 태도에 달렸다

입력 2015-10-28 18:05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으로 한·일 정상이 11월 2일 서울에서 만난다.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국제 다자회담 무대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양국 정상의 단독회담은 2012년 5월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 회담 이후 3년6개월 만이다.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두 나라 정상이 다시 만나는 데 3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는 점은 얼어붙은 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중·일 정상회의 연장선상에서 열린다. 3국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박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 간 한·중 정상회담을 이달 31일 갖기로 진작 확정한 마당에 한·일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다면 여러모로 모양새가 이상하다. 중국과 일본을 차별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도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당연한 수순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만남 자체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찍 결정된 한·중 정상회담과 달리 한·일 정상회담 일정이 늦게 확정된 것도 양국 간 의제 조율이 난항을 거듭해서다. 군 위안부, 우편향 일본 역사교과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와 독도 영유권 문제 등 양국 관계를 악화시킨 근본 원인에 대한 두 정상의 인식 차는 너무 크다. 문제는 그동안의 언행으로 미루어 볼 때 아베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과거사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것 같지 않다는데 있다.

아베 총리는 “우리나라는 앞선 대전(大戰)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왔다”는 지난 8월 14일의 전후 70주년 담화 같은 ‘과거형’ 반성과 사죄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나치의 만행을 진심으로 반성한 독일 수준의 사죄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위안부 할머니 등 일제의 압제에 형언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수많은 피해자들의 고통에 상응하는 진솔한 사과는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과는 할 만큼 했다는 아베 총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아베 총리는 과거는 덮고 미래를 얘기하자고 한다. 과거와 미래는 단절된 게 아니다. 과거를 통해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어야 미래가 있다. 과거를 올바르게 정리하지 않고 건설적인 현재와 미래를 논하자는 건 어불성설이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는 두 나라가 불행했던 과거사를 공유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북핵 위협을 비롯해 양국이 국제사회에서 공동 대처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두 나라가 과거사 문제로 반목하는 건 모두에게 손해다. 아베 총리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식민지배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와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무라야마 및 고노 담화 정신을 계승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