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성공 여부는 명품(名品)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국정화가 단 하나의 선진국도 채택하지 않는 구시대적 유물이지만 최고 품질의 교과서를 만든다면 국민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의 여러 검인정 교과서가 일부 왜곡·편향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데 국민 다수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작금의 교육계 분위기에 비춰볼 때 명품 교과서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 약속대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역사학계의 최고 권위자들을 집필에 참여시켜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명문대 역사전공 교수들이 집필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자타가 공인하는 학자들의 참여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교육부가 향후 집필진 명단을 공개하기가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27일 “대표 집필진은 이름을 내어 알리고 나머지 집필진 전부를 언제 어떻게 알려드리느냐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교과서 제작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던 자신의 발언을 불과 10일 만에 뒤집은 것이다.
국정화에 대한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집필자가 자기 이름을 공개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최악의 경우 테러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밀실에서 교과서를 편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집필진 명단 비공개는 심의·수정 책임자 명단 비공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정부에 의한 또 다른 역사 왜곡이나 편향을 부를 수 있다.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는 집필진 명단을 사전에 전원 공개해야 한다. 명색이 자기 나라 역사를 새로 쓰겠다는 사람이 이름조차 공개하지 못하겠다면 집필 자격이 없다. 또 실력과 소신을 겸비한 집필진을 구성할 자신이 없다면 국정화를 중단하는 게 차라리 낫다.
[사설] 국정 교과서 집필진 명단도 공개 못해서야
입력 2015-10-28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