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항암제도 안 듣는 암 전이 원인 찾았다… 서울대 이호영 교수팀 첫 규명

입력 2015-10-28 20:53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표적 항암제를 써도 듣지 않고 계속 퍼지는 ‘내성 현상’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차세대 암 치료제로 주목받는 표적 항암제의 걸림돌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약대 이호영(사진) 교수팀은 종양과 그 주변에 모인 정상세포(미세환경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이 표적 항암제의 암 전이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처음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현재 개발되는 각종 표적 항암제 중에는 임상시험에서 암을 도로 전이시켜 환자 상태를 더 나쁘게 만드는 내성 현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구팀은 암 전이 때문에 계속 상용화가 좌절됐던 ‘IGF-1R 표적 항암제’를 대상으로 왜 이런 전이가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이 항암제는 폐암·대장암 등 주요 암 생장에 핵심 역할을 하는 ‘IGF-1R’ 단백질만 골라 억제하는 약이다.

연구팀은 이 항암제가 표적을 공략하면서 다른 특정 단백질이 대거 생기도록 자극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의 영향 때문에 종양과 주변 림프구 등 암이 아닌 ‘이웃 세포들’이 모여 복잡한 상호 작용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새 혈관 생성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렇게 생긴 혈관은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퍼질 때 통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근호에 게재됐다.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