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마다 동네 친구들과 근처 문학야구장에서 야구를 하는데, 그때가 제일 신나요.”
지난 27일 인천 선학동 LH 영구임대주택에서 만난 조중훈(10)군은 무엇을 좋아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선학초등학교 4학년인 조군은 인근 솔로몬아동센터 주선으로 동네 친구나 형들과 집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인 문학경기장에서 야구를 한다. 조군은 SQ행복더하기야구단에서 5개월째 3루수를 맡고 있다. 학교에서 달리기 1등은 도맡아 할 정도로 발이 빨라 야구선수가 되면 도루왕이 되고 싶다고 했다.
조군은 몽골 출신 어머니와 35㎡ 남짓의 영구임대주택에서 산다. 아버지는 중훈이가 다섯 살 때 감기몸살이 심해 응급실에 갔다가 당뇨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보드르츠측(한국명 진나경·42)씨는 갑작스러운 남편과의 사별에 충격을 받아 우울증에 걸렸고 얼굴이 일그러지는 증상도 생겼다. 남편이 빚만 남긴 바람에 수술비가 없어 치료를 미룬 채 요양보호사(간병인)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소득이 월 80만원 수준이어서 살림살이는 늘 빠듯하다.
딱한 처지를 알게 된 이웃주민이 구청에 연락해 2013년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중훈이네는 빚이 많다. 중훈이 외할머니(61)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초 카드대출로 500만원을 마련해 몽골을 다녀오는 바람에 빚을 지게 됐다. 몽골에 다녀온 뒤 빚을 갚기 어려워 ‘카드 돌려막기’를 했고 빚은 1000만원으로 불어 결국 신용회복 신청을 해야 했다. 지금까지 5차례 월 26만원을 상환했지만 앞으로도 5년 동안 계속 갚아나가야 한다.
중훈이네는 동주민센터에서 생계비로 월 20만원을 지급받고 있지만 기본 생활을 꾸려가기도 벅차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하지만 돈을 아끼려 난방을 하지 않아 중훈이는 잔기침을 달고 산다. 중훈이는 점심과 저녁 식사는 지역아동센터에서 해결하고 있다.
중훈이는 “지역아동센터에서 먹는 콩나물 음식을 특히 좋아한다”며 “학교나 센터 생활이 즐겁지만 엄마가 고생하는 걸 생각하면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정창교 기자
[나눔으로 여는 행복] “야구선수 돼서 도루왕 될래요”
입력 2015-10-28 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