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국제 의료사업 활성화 민-관 합동 노력 절실

입력 2015-11-01 19:21

최근 우리나라 의료서비스는 국제화되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사례도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국제의료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이 외국인환자를 본격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이다. 이 당시에는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치료나 검진을 받으러 온다는 사실을 매우 신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의료관광이 일반 국민들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되어있으며, 병원이나 관광지에서 의료관광객을 마주치는 것이 흔한 일이 됐다.

짧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 의료관광은 놀라울 정도의 성과를 이루어 냈다. 외국인 환자 수는 2009년 6만여명에서 2014년에는 약 27만명으로 증가했고, 지난 5월에는 누적 100만명을 달성한 것으로 추계된다. 진료수입도 2009년 547억원에서 2014년에는 5569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그리고 외국인환자 1인당 평균진료비도 같은 기간 동안 94만원에서 186만원으로 증가해, 우리나라의 의료관광산업이 빠르게 고부가가치화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병원의 해외진출도 점차 활발해 지고 있다. 해외진출에 진출한 우리나라의 의료기관은 2010년 58개소에서, 2014년 125개소로 2.2배 증가했다. 아직까지는 대형 종합병원이 진출하여 높은 진료수입을 올리는 단계는 아니지만, 특화된 진료과목 운영이나 위탁경영 등을 통한 수익창출 사례는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

국제의료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일반적으로 의료관광객의 체류기간은 일반 관광객보다 길고 입원환자는 동반가족 등의 치료기간 동안 우리나라에 체류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의료관광객은 자국에서 매우 고소득층이어서 소비성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같은 수의 일반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관광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 의료기관의 해외진출도 병원 자체의 진료수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파급효과를 미친다. 의료기기, 의약품, 건설, IT기기 등 과 같은 산업에서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한다.

우리나라 국제의료사업은 많은 성과를 보여주었으며 앞으로의 발전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의 국제의료사업이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과 같은 의료관광 선발 국가들은 국가 차원의 지원이 매우 체계화된 지 오래이며,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일본도 의료관광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여 내각의 컨트롤타워로 국제의료전개전략실 및 민·관 합동 조직 MEJ(Medical Excellence Japan)를 설치하는 등 전폭적 지원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국제의료사업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할 법적 근거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제의료사업 지원을 위한 법과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오래 전부터 진행됐고,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2014년 10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을 발의하였으며, 2015년 4월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동익 의원도 이와 거의 유사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들은 의료기관의 배상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과도한 수수료 부과 및 불법 브로커와의 거래 금지 등 투명한 시장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조세 및 금융지원, 정보제공, 마케팅 및 홍보 지원, 전문인력 양성, 외국어 의료광고 허용 등과 같은 지원책과 규제합리화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국제의료사업을 둘러싼 아시아국가들 간의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고 있다. 지금은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민관 합동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의료사업 지원 법안은 이념이나 당리당략과 무관한 사안인 만큼 이번 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제정되기를 기원한다.

조현승 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