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사망원인 5위… 예방접종 서두르세요

입력 2015-11-01 19:04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는 65세 이상 성인에서 13가 단백접합백신의 우선 접종을 권고할 뿐 아니라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도 지원하고 있다.

매년 11월 12일은 세계 폐렴의 날(World Pneumonia Day)이다. 세계 폐렴의 날은 지난 2009년 아동폐렴글로벌연합(The Global Coalition against Child Pneumonia)이 폐렴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을 높이고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했다. 폐렴은 아직도 후진국 병이라는 인식이 강해 일반인에서 경각심이 높은 편은 아니나, 국내 사망원인 5위를 차지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사망원인 5위, 질병 부담 연간 6000억원 추산고령화로 인해 급격히 증가 할 것=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의 미생물로 인한 감염으로 폐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하며, 전체 세균성 폐렴의 최대 44%는 폐렴구균(S. pneumonia)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감과 함께 대표적인 겨울철 질환으로 꼽히는 폐렴은 폐부종을 일으켜 폐의 체액을 형성시켜 기침, 열, 오한 및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전 세계 주요 사망원인인 폐렴은 국내에서도 사망원인 5위를 차지할 만큼 사회적·개인적 부담이 높은 질환이다. 폐렴(상세불명 병원체의 폐렴)은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환자가 입원한 질병으로, 요양급여는 약 2475억원을 기록했다. 환자 개인과 환자 보호자가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손실까지 포함하면 폐렴으로 인한 질병 부담이 연간 약 6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러한 질병부담은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로 폐렴 요양급여는 전년 대비 약 18%나 증가했다.

◇국내외 전문가 “효과적인 13가 단백접합백신 우선 접종해야”=폐렴으로 인한 질병부담은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예방책을 통해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폐렴은 일반적으로 항생제를 통해 치료하나 폐렴은 치료가 수 개월간 장기화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항생제 내성을 보이는 환자도 많다. 폐렴은 위생관리 및 규칙적인 건강관리, 예방접종 등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그 중 예방접종은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접종을 통해 매년 200∼300만 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존에는 폐렴을 예방할 수 있는 예방접종이 없었으나 지난 2012년 국내 출시된 13가 단백접합백신은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45%의 폐렴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이 같은 수치는 전 세계 공중보건학적 관점에서 상당한 수준이다. 과거 폐렴구균백신 접종을 통해서도 폐렴을 전혀 예방할 수 없었던 것에서 절반 가까이를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 한 번의 백신접종을 통해 그동안 예방할 수 없었던 생명을 살릴 수 있으며, 질병으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비용절감효과를 의미한다.

이를 토대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13가 단백접합백신을 우선 접종하고 최소 8주가 지난 이후 23가 다당질백신을 추가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 감염질환학회(ID Week 2015)에서 킨드레드병원 감염내과 티나 초프라 교수는 “미국에서는 지난해부터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확인된 폐렴 예방 효과를 토대로 13가 단백접합백신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