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KF-X’ 사업 일단 다시 탄력 받는다

입력 2015-10-27 21:32
미국이 4개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해 향후 추진조차 불투명했던 한국형 전투기(KF-X·보라매) 사업이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적 추진’ 당부로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그간 제기됐던 4대 기술이전 협상 부실과 실패 가능성 등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일단 예정대로 추진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상황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따갑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꼭 성공하라”고 당부=KF-X 사업에 대해 보고한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의 이해가 상당히 높았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27일 장명진 방사청장과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이 설명한 종합대책에 대해 조목조목 질문하며 문제되는 사항을 철저하게 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내 기술 수준에 대해 자세히 질문했다. 미국의 기술 이전 없이 국내 개발로 가게 된 상황에서 실패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국내 기술 수준이 파악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를 통해 박 대통령은 위험 부담이 있지만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보고 자리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선 초래에 대한 문책 없나=하지만 기술 이전을 놓고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서는 따끔한 질책을 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안보 불안감을 조성한 것은 잘못”이라며 “의문이 나지 않게 정확하게 국민에게 설명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사청이 미국으로부터 4대 핵심기술을 이전받는 것이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받아올 수 있는 것처럼 과장 홍보한 것과 한·미 간 이견이 큰 것으로 비쳐지게 한 점, 국내 기술로 개발할 수 없는 것처럼 단정해 사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한 것처럼 보이게 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의 사업 추진에서도 지금과 같은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황관리를 잘하라는 당부도 했다.

그러나 이런 질책이 추가 책임론으로 연결되진 않을 전망이다. 이미 주철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만큼 사업 추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관진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문책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예산 확보 가능할까=이제 남은 큰 걸림돌은 충분한 예산 확보 여부다. 기획재정부가 이미 방사청이 내년도 예산으로 요구한 1618억원을 삭감해 670억원으로 줄여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국방위는 KF-X 사업의 핵심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하는 것에 공감하고 있지만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국방위는 이날 KF-X 개발계획을 보고받고 예산 심의를 할 예정이었지만 29일로 미뤘다. 이전에 사업타당성 검사를 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보고를 받아보고 난 다음에 예산을 최종 결정하겠다는 스탠스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은 “KF-X 예산을 감액할지, 그대로 둘지, 증액할지를 놓고 (예산안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670억원은 많이 축소된 액수”라며 “추가 삭감되면 국내 연구개발 기간이 더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핵심기술의 국내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지려면 예산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는 주장이다.최현수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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