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에 한목소리를 내던 여권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정화 추진 주무부처인 교육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당에서 나오고, 당내에선 지도부의 대응 논리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전선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초반 팽팽했던 여론이 점차 국정화 반대로 기우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경질론에 대해 “그런 주장이 나올 만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곧바로 “어느 의원이 그런 주장을 했다는데 그런 말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경질 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황 부총리 책임론에 공감한 것으로 해석됐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냈던 김재원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주무 장관이 너무 나가면 오히려 야당의 반발을 가져올 수 있다는 고려를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는 느낌은 있다”고 했다. 황 부총리에 대한 비판은 초기 대응을 잘못했다는 데 맞춰져 있다.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을 먼저 내세우고, 검인정 강화는 좌파 역사학자들의 카르텔 때문에 어려워 국정화만이 해결책이라는 식으로 일을 추진했어야 하는데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것이다. 야당과 역사학계의 반발에 속수무책이었다는 불만도 있다.
새누리당 내부도 어수선하다. 윤상현 의원은 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그는 전날 친박(친박근혜) 주축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세미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하는 건 헌법 가치의 문제인데, 여론에서 밀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반면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은 “애당초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정부가 밀어붙이고 애꿎은 당이 총대를 멨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재오 정두언 김용태 박민식 의원은 이미 공개적으로 국정화 반대 목소리를 냈었다. 한 비박계 의원은 “다음달 초 교육부의 확정고시가 나오면 당은 역사 교과서 문제에서 손을 떼고 더 이상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무성 대표가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 전면에 나선 건 개인의 소신인 동시에 당 내분 수습용이란 의견도 많다.
김 대표는 이날도 부친인 고(故)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친일 논란을 반박했다. 김 대표 측이 배포한 자료에는 김 전 회장이 민족운동을 하다 치안유지법으로 일제에 검거되고 조선인을 위한 학교를 세웠다는 내용의 신문기사가 담겼다. 김 대표는 29일 부친이 설립한 경북 포항 영흥초등학교를 방문한다. 이 학교는 2011년 개교 100주년을 맞아 김 전 회장 흉상 제막식을 열었고 당시 김 대표가 설립자 가족을 대표해 참석했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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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논리 미흡 황우여 경질 마땅… 하지말아야 할 일을 당이 총대”
입력 2015-10-27 2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