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직업을 하나님의 소명으로 이해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은총을 받은 인간은 의로운 행위를 통해 소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봤다. 직업을 통해 이웃을 섬기는 것, 그것이 바로 루터의 직업관이었다.
하지만 2015년 대한민국에는 이웃을 섬기고 싶어도 기회를 갖지 못하는 청년들이 넘쳐난다. 지난 1∼8월 청년들의 공식 실업률은 9.7%이지만 체감 실업률은 22.4%라는 한국경제연구원의 26일 발표가 의미하듯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분노와 절망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기독교회관에서 27일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연속심포지엄 ‘한국교회 마르틴 루터에게 길을 묻다- 제3회 직업소명론과 청년실업’은 루터의 소명론을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분석하고 답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다. 과연 루터가 살아있다면 한국교회와 청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이양호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명예교수는 “루터는 모든 사람은 일해야 하고, 일할 수 없는 사람은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루터의 소명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실업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은총을 받았으면서도 부름에 따라 이웃을 섬기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인들은 청년실업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 명예교수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주4일 근무제’를 제안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공무원, 공기업·대기업·사립학교 직원 등을 대상으로 주4일 근무제를 실시하면 일자리를 대폭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해서 만들 수 있는 일자리를 50만개로 추산했다.
김선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루터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부름을 받았고 어떤 일을 하느냐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거듭난 의인들이 사랑으로 하는 일이라면 귀천에 상관없이 하나님 앞에서 동등하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갈수록 힘든 일 하기를 꺼려하고 물질적인 부만 추구하는 현 세태와 연결시켜 이를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가 매겨놓은 가치에 따라 일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를 사회 가치관의 노예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면서 “내 믿음 안에서 소신을 갖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재능을 발견해 계발하고 하나님에 대한 감사와 예배의 형태로 내 소명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목사장분투기’를 쓴 청년 강도현씨는 “대한민국은 지옥이라는 의미의 ‘헬 조선’이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청년실업 문제를 개개인의 역량문제로 치부해서는 절대 답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 윤리와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차원의 두 가지 렌즈를 통해 집단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마르틴 루터가 한국 청년실업 문제 봤다면… “직업은 소명… 교회가 실업 방관해선 안돼”
입력 2015-10-27 18:16 수정 2015-10-27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