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천경자 화백에 대한 정당한 예우 해주길”… 유족들 오는 30일 추모식 열기로

입력 2015-10-27 20:36 수정 2015-10-27 22:57
장녀 이혜선씨를 제외한 천경자 화백의 유족이 27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장남 이남훈(팀쓰리 엔지니어링 건축사무소 회장), 차녀 김정희(미국 몽고메리칼리지 미술과 교수)와 남편 문범강(조지타운대 미술과 교수), 고인이 된 차남 김종우씨의 아내 서재란씨.연합뉴스

지난 8월 초 미국에서 별세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천경자 화백의 추모식이 10월 30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거행된다. 고인에 대한 금관문화훈장의 추서는 미술계가 요청할 경우 내년에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유족 4명은 27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정부와 서울시에 고인에 대한 정당한 예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남 이남훈(67) 팀쓰리 엔지니어링 건축사무소 회장, 차녀 김정희(61) 미국 몽고메리칼리지 미술과 교수와 남편 문범강 조지타운대 미술과 교수, 고인이 된 차남 김종우씨의 아내 서재란씨가 참석했다. 장례를 홀로 치른 것으로 알려진 장녀 이혜선(70)씨는 나오지 않았다.

유족들은 서울시립미술관에 청원해 30일 오전 10시 고인의 추모식을 거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생전 서울시에 기증한 작품 93점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보관·전시 중이다. 유족 측은 “추모식은 서울시립미술관이 장소만 빌려주고 유족이 주최하는 행사”라면서 서울시가 고인의 공적을 감안해 적극적인 성의를 표시해주기를 원한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재고를 요청했다. 김 교수는 “건강 악화로 노년에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적과 공로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마지막 가시는 길에 생애에 걸맞은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게 필요한 것 같아 기자회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보통 금관훈장 추서는 장례식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사망 사실이 수개월 후에 알려지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며 “미술계가 요청할 경우 내년 10월 문화인의 달에 맞춰 다시 추서 절차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문으로 떠돌던 장녀 이혜선씨와 나머지 유족 간 갈등도 드러났다. 김 교수는 “어머님이 8월 6일 별세했다는 소식을 10월 19일 한국의 은행으로부터 계좌 해지 동의 요청 전화를 받고서야 알았다”며 “언니(이혜선씨)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어머니의 유골함이 어디 안치됐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8월 6일 사망 사실은 사망진단서를 통해 확인됐다.

김 교수는 또 “지난 4월 5일 병원 입원을 계기로 어머니를 본 게 마지막이었다”며 “유명인의 자녀로 살면서 잡음이 나오면 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언니가 어머님 일에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나머지 형제들에게 고통을 안겨줘도 저희는 무조건 가만히 참고 살아온 지 십수 년이 흘렀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뉴욕의 어머니를 보러 갔다가 아파트 앞에서 경찰에 체포될 뻔한 적도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천 화백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위작 논란에 휩싸였던 ‘미인도’에 대해 위작이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