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成 리스트’ 이완구 전 총리 2차 공판] 故 성완종 비서 “쇼핑백 실어… 뭔지는 못 봐”

입력 2015-10-27 20:30
“지금은 기억이 안 나신다니. 아깐 기억에 있는 걸 말한 거 맞습니까?”(변호인)

“증인은 피고인이 아닙니다. 비웃는 듯한 태도는 삼가야 합니다”(검찰)

이완구(65) 전 국무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비서진 3명의 법정 증언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금품 공여 일자로 지목된 2013년 4월 4일의 상황과 증언을 일일이 비교하며 ‘검증 작업’을 펼쳤다. 돈이 오간 ‘물증’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진술은 유무죄를 판가름할 핵심 증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 심리로 27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이용기(43)씨는 “(당시) 성 전 회장 지시로 한장섭 경남기업 재무본부장에게 쇼핑백을 받아 성 회장의 차에 실어줬다”고 증언했다. 죽 전문점 쇼핑백 크기였고,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진 못했지만 볼록한 상자가 들어 있었다고 했다.

변호인 측은 당시 상황에 대한 이씨의 진술을 하나하나 걸고 넘어졌다. 그날 이씨가 택시를 타고 성 전 회장을 찾아갔는지, 심지어 택시를 어디서 탔는지도 확인했다. 진술 신빙성을 무너뜨려 증거력을 부정하려는 의도에서다. 검찰 측이 “변호인이 증인을 몰아세우고 있다”며 반발해 잠시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법정에 출석한 이 전 총리는 “제가 충남지사 시절 성 전 회장과 과거 안면도 개발사업을 놓고 송사를 벌인 사실을 알고 있느냐. 성 전 회장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며 금품 수수 혐의를 다시 한번 부인했다. 그는 법정에 나온 지지자들은 물론 공판 검사 5명과 일일이 악수하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