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진을 일부만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표적 필자만 교과서 제작 착수 시점에 공개하고 나머지 인원은 추후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제작 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해 왔던 교육부 방침을 사실상 뒤집는 발언이다. ‘비밀 태스크포스(TF)’ 의혹과 맞물리면서 ‘밀실 교과서’ 우려가 더욱 커지게 됐다.
황 부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우선 5∼6명으로 교과서 집필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며 “대표적인 분들은 이름을 알려드리려고 하는데 나머지 집필진 전부를 언제 어떻게 공개할지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부분 공개’ 이유에 대해서는 “본인 의사도 존중해야 하고 자유롭게 충실한 교과서를 만드는 데 어느 쪽이 도움이 되겠는가를 비교하면서 국사편찬위에서 숙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필자가 거부하면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지난 23일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에서 “개인적으로는 (집필진 명단을 공개) 하고 싶지만 집필진이 ‘안 된다’고 하면 저도 따라야 한다”고 말한 것과 맥락이 같다. 교육부 관계자도 “교과서 집필에 들어가기 전 필진 명단이 공개될 경우 ‘마녀사냥’ ‘신상털기’ 공격이 예상된다”며 비공개 방침을 예고했었다. 또 “국사편찬위가 어느 정도 주체성을 갖고 진행할 것이고 집필진 구성도 (국사편찬위가) 독자적으로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념 편향성이 적고 역량과 권위를 갖춘 필자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비공개 내지 부분 공개로 말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편향’ 필자를 감추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집필∼발행 과정을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운영한다”(지난 12일 국정화 행정예고 당시)는 대국민 약속을 교육부 스스로 깼다는 점은 국정화 명분에 커다란 흠집으로 남게 됐다.
이 같은 정책 혼선은 교육부가 ‘리더십 부재’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황 부총리는 ‘비밀 TF’ 사태가 터진 뒤 국정화 이슈에 거리를 두다가 여권에서 경질론이 흘러나온 27일에야 긴급하게 브리핑을 열었다. 실질적인 국정화 사령탑이던 김재춘 전 차관은 지난 19일 전격 교체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전쟁 중에 장수 목을 날리는 바보짓”이라면서 청와대를 힐난했다.
이도경 전수민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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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진, 대표적인 분들만 공개”
입력 2015-10-27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