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수사’라는 흔들기에도 꿋꿋이 8개월째 지속된 검찰의 포스코 비리 수사가 결국 또 하나의 ‘하명’으로 흐지부지 끝을 맺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대검찰청 수뇌부의 의견이 반영된 결론이다. 이 전 의원을 이명박정부 시절 포스코 사유화의 장본인으로 지목하고 지난 5일 소환해 조사한 지 22일 만이다.
이 전 의원은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 선임, 신제강공장 고도제한 문제 해결 등에 힘을 써주고 측근 소유의 협력업체를 통해 30억원가량의 금전적 대가를 챙긴 혐의(제3자 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불구속 기소 방침의 표면적 이유는 이 전 의원의 건강 문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관상동맥협착증으로 수사기간에도 입·퇴원을 반복했고, 그 외에 여러 질환을 가진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의원 불구속 기소는 수사팀의 당초 의견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이 전 의원을 소환한 당일 이미 혐의 입증은 끝났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뇌물수수 규모나 ‘국민기업’에 대한 죄질을 감안하면 구속영장 청구가 타당하다는 의견이 컸다. 수사팀은 이 전 의원의 건강 문제도 별다른 이슈가 안 된다고 언급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이 전 의원이 3시간 동안 조서를 꼼꼼히 검토했고, 수사 검사를 불러 훈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포스코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은 보다 신중한 입장이었다. 대검은 수사팀의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보고받은 뒤 법리적 문제, 사실관계의 불명확성 등을 지적하며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배성로(60)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됐던 전례도 대검의 신중한 태도를 낳았다.
검찰은 다섯 차례 소환했던 정 전 회장에 대해서도 불구속 기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포스코 경영 부실화에 대해 최고경영자였던 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다음달 초 이 전 의원과 정 전 회장을 동반 불구속 기소하는 방식으로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 이병석(63) 의원은 정 전 회장과 별도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이완구(65) 전 국무총리의 ‘부정부패와의 전쟁’ 담화 직후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포스코 비리 수사는 장장 8개월 만에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사실상 하명에 따라 착수된 수사는 포스코를 놓고 벌어진 각종 ‘검은 거래’의 실상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지만 정치권과 재계 모두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비리의 핵심으로 지칭된 이들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청구조차 되지 못하면서 휴일을 반납하고 매달려온 수사팀원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의견이 끝내 대검에 꺾이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며 후임 검찰총장 인선을 앞둔 알력이라는 의혹마저 낳고 있다.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檢, 이상득 불구속 기소 방침… 8개월 ‘포스코 하명수사’ 흐지부지
입력 2015-10-27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