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 근처에서 홀로 울고 있는 11세 여자아이가 발견됐다. 청각 기능이 마비돼 말을 못하는 소녀였다. 어떤 연유로 그곳에 왔는지 알 수 없었던 파키스탄 국경수비대는 아이를 파키스탄인으로 여겼고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에 있는 민간 구호단체 에디재단에 넘겼다.
재단은 그녀를 ‘기타(Geeta·사진)’로 명명했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인도 외교관들과 파키스탄 당국은 올해 초 그녀가 인도인임을 밝혀냈다. 인도 미디어에 그녀의 사연이 보도됐다. 이 얘기에 아이디어를 얻은 영화 ‘바즈란기 바이잔’까지 인도에서 상영되면서 기타를 귀국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인도 정부는 지난 8월 기타가 인도 국민이라고 공식 발표하고, 가족 찾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기타는 26일(현지시간) 12년 만에 인도 뉴델리 공항에 도착했다. 수백명의 인도인이 그녀의 귀환을 보기 위해 몰렸다. 빨간 상의를 입은 그녀의 가슴에는 인도 관리들이 선물한 꽃다발이 가득했다. 영접 나온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무장관은 “인도 딸의 귀국을 환영한다”고 연설했다. 공항에서 부모로 추정되는 부부를 만났지만 기타는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인도 정부는 DNA 테스트를 통해 진위를 확인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기타의 귀환은 인도, 파키스탄 양국 관계에서 보기 드문 흐뭇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 다시 삐걱대는 양국 관계에도 불구하고 스와라지 장관은 “진심으로 파키스탄 정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타는 인도인이며, 즉각 인도로 데려가려 한다고 하자 파키스탄 당국이 아무 단서를 달지 않고 서류를 준비했고 그녀의 귀국을 흔쾌히 도왔다”고 치하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트위터에 “기타를 돌봐준 에디 가족은 친절과 동정심의 사도”라면서 “어떤 말로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모디 총리는 이어 감사의 표시로 에디 재단에 1000만 루피(약 1억7400만원)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스와라지 장관은 파키스탄 정부와 양국에 수감 중인 죄수 중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이들을 상호 교환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앙숙 印-파키스탄 메신저 된 장애여성… 11세 때 파키스탄서 발견된 뒤 양국 노력으로 고향 인도 귀환
입력 2015-10-27 20:53 수정 2015-10-27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