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시정연설] 국정화 ‘설득’은 없고 ‘의지’만…

입력 2015-10-27 22:41

박근혜 대통령의 27일 국회 시정연설은 국론을 첨예하게 가르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리적 설득력이 부족했다. 단지 국정화 문제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만 확인시켜줬을 뿐이다. 여권을 향해 ‘돌격 앞으로’를 외친 박 대통령의 승부수에 ‘국정화 저지 대오(隊伍)’도 더 강고해질 것으로 보여 정국 급랭이 불가피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 시대의 사명’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표현을 동원해 역사 교과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자 하는 의도를 내비쳤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강조했지만 보수정권인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도 검인정했던 교과서가 무엇이 문제였는지에 대한 설명과 국정화 필요성에 대한 설득 논리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여권 일각에선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만 확인시켜준 자리”라는 싸늘한 평가가 나왔다. 연설 내용보다 끊임없이 이어진 여당 의원들의 박수와 연설 직후 대통령과 악수하기 위한 의원들의 경쟁 장면만 인상에 남았다는 것이다.

특히 4대 개혁 등 현안이 산적한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기간에 박 대통령이 이념 이슈를 주도하게 한 청와대의 국정기획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한 중진의원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잘못 짜여진 각본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야당은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대해 “답답하고 절망스러운 말씀이었다”고 혹평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금간 술잔에서 술이 아니고 민심이 흘러내렸다”고 비유했다. 안철수 의원은 “국정 교과서를 또 그렇게 주장하니까 너무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3년 연속 국회에 직접 방문, 시정연설을 하면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국회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내용적으론 논란 속에 국회로 왔다 공방을 더 확산시키고 떠나는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역사 교과서 문제와 관련한 선명성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전망이다. 따라서 여야 모두 강경파 또는 주류 진영의 목소리에만 힘이 실려 합의 정치가 당분간 실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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