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에서 386조원 규모의 201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취임 첫 해부터 3년 연속 국회 본회의장을 찾아 직접 연설한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국무총리 대독이 아닌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가장 중요한 나라 살림살이에 대해 입법부는 물론이고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다음 대통령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정치적 관행으로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박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이 4대 개혁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규정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성공하려면 경제 체질과 시장의 틀을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한 구조개혁에 필요한 예산들이라고 설명하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17개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규제 혁파,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 임기 전반부의 성과를 열거했다.
하지만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고, 나아질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 예상이다. 내년 예산을 효과적으로 배분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 진행 중인 4대 개혁도 생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임기 후반기에는 가시화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가시적인 국정 성과물이 거의 없는 상태다. 그만큼 대통령의 생각과 일반 여론 사이에는 괴리감이 있다. 박 대통령이 관료나 청와대 참모들의 보고서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좀더 민생의 현실과 여론을 챙겨봐야 하는 이유다.
국론이 두 쪽 날 정도로 최대 국정 현안이 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라며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또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 세대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등 국정화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이들에 대해 설득이나 토론보다는 강경하고 단호한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사실이 틀리고 왜곡 해석된 부분은 당연히 고쳐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역사 교과서 편향성과 국정화 문제는 역사관, 세계관, 철학이 부딪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설득과 토론 과정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지적처럼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본질은 희미해지고 진영 논리의 정쟁으로 치닫는 게 현실이다. 대통령의 단호한 입장 표명으로 정쟁은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에 대해 박 대통령이 앞장서서 풀어가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반대 세력에 대한 설득도 이뤄지고, 여론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박 대통령이 설득과 소통으로 국론을 모아가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긍정 평가를 받고 있는 3년 연속의 국회 시정연설을 더욱 알차게 만들어줄 것이다.
[사설] 시정연설이 설득 노력으로 이어질 때 효과 볼 것
입력 2015-10-27 17:47 수정 2015-10-28 10:05